한국일보

수세에 몰린 부시

2003-07-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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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이라크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아프리카로부터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내용은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부시의 연설 전에 이미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었다.

9.11 진상조사위원회는 증인을 불러 증언을 듣고 싶어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방해로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공동위원장인 공화당의 톰 킨 의원과 민주당의 리 해밀턴은 국민들에게 당파적 인물이 아닌 드문 정치인들로 존경받고 있다. 이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분명 무엇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잇다.

이밖에 이라크에서의 일도 그렇다. 전후 복구는 지지부진하고 미군은 하루하루 죽어나간다. 파병가족들의 불안은 더해가고 전쟁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시에 대한 지지도가 지난 5월 72%에서 58%로 급락했고 대량살상무기 주장에 대한 신뢰도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순방 중 질문공세를 받은 부시는 자신의 결정이 정당했다고 강변하면서 비판자들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백악관이 잘못을 시인했듯 역사를 다시 쓴 것은 부시 행정부이다.

테러정국을 맞아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민주당도 사실 별 맥을 못 추고 말았던 요즘이다. 그런데 바로 이와 관련한 문제로 부시 행정부가 곤혹을 치를 것으로 누가 예상했겠는가. 테러정국 내내 부시에 끌려 다니는 민주당은 부시가 국민에게 대량살상 무기와 관련해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며 부시의 도덕성을 문제삼고 있다.

9.11으로 그 동안 부시는 특히 테러와의 전쟁이나 외교정책에서 ‘무임승차’하다시피 했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은 외교정책에 대해서 당당하게 부시에 도전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E.J. 다이언 주니어/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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