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발 먹히는 부시 대북한 외교

2003-07-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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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주간 외교문제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 북한 정책을 맹공했다. 또는 정책이 아예 없다며 질책했다. 국무부와 국방부가 힘 겨루기를 하느라 정책이 제대로 서질 못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북한 핵 문제가 미국의 안보에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도 말이다.
그러나 고장남 시계가 하루에 두 번은 정확히 맞는 것처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도 맞는 구석이 있다. 국무부는 외교적 협상을 들고 나오고 나머지는 북한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어 우방국들조차도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이 같은 양면 전략이 먹히는 듯하다.
국무부내 매파인 존 볼튼 부장관은 국무부 내 ‘미니 국방부’로 칭할 만큼 강경파다. 마약, 미사일, 무기 등을 실어 나르는 북한 선박을 선택적으로 봉쇄하자는 방안을 밀어 부치려는 사람이다. 이는 정권 교체에 이르는 수순이다.
북한정권이 순순히 말을 들을 것으로 믿지 않는 부류에 속한다. 지난 4월 베이징 회담에 반대해 결국 회담이 결렬되자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콜린 파월이 추천한 제임스 켈리 차관보 대신 미국특사로 볼튼 부장관을 추천했다.
국방부는 대화와 협상에만 매달리는 국무부 관리들이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무부는 국방부의 봉쇄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방국들이 이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정책 마비를 야기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서로 대립하면서도 서로의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효과를 띠고 있다. 북한 정권교체가 현실적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최근 일련의 일들은 봉쇄전략이 반대자들이 예견한 것보다 한결 효과적이란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정책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호주가 했던 것처럼 실제로 북한 선박 두 척을 억류했다. 중국은 이들 나라처럼 적극적인 협조를 하지는 않겠지만 올 초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원유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북한이 원치 않지만 다자회담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다.
봉쇄전략이 모든 무기를 적발하지는 못하더라도 협상도구로는 제격이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무기수출을 막을 수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들에게 경계심을 줄 수 있다. 당근만으로는 북한을 다룰 수 없다. 더 이상 북한의 ‘약속’을 믿기엔 세월이 많이 흘렀다. 부시 행정부는 애당초 없었어야 할 북한 핵을 폐기한다는 대가로 미국이 무엇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게 국무부 대변인의 말이다.
하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한국 등 우방국들이 주장하는 대화와 압력을 병행하라는 권고를 무시할 수만도 없다. 이들의 협조 없이 봉쇄전략이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화는 봉쇄전략이 효과를 내고 북한이 핵 포기를 고려한다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로렌스 캐플런/뉴 리퍼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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