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당 가이드 포모사 카페 (Formosa Cafe)

2003-02-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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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된 중국 ·동양요리 가득

워너 스튜디오 전신 건너편 위치
수많은 스타등 영화인들의 단골집
셀 수 없을만큼 영화에도 등장

LA에서 포모사 카페(Formosa Cafe)만큼 유명세를 타는 레스토랑도 그리 흔치 않다. 분위기가 특출하게 좋은 것도 아니요, 음식 맛이 남다르게 뛰어나지도 않은데도 그토록 유명한 이유는 뭘까. 포모사 카페 바로 건너편에는 워너 스튜디오의 전신이 들어서 있었다. 영화사의 큰손들이 일 끝나고 한 잔 하러 자주 찾다보니 영화 제작자, 영화 배우, 감독, 에이전트들은 덩달아 이곳을 제집처럼 드나들게 되었던 것.


팔각형의 등에 빨간색 줄이 매달려 있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그들 눈에 마냥 신기해 보였던 것일까. 영화 제작자들은 자신들이 자주 찾는 포모사 카페를 영화에 등장시키고 싶어했다.


제 아무리 로버트 드니로가 많은 영화에 출연을 했다 해도 포모사 카페만큼 오랜 세월 동안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The Misfits’라는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와 클라크 케이블이 붉은 색 가죽 부스에 앉아 있던 장면을 기억하는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세기의 연인이 앉았던 그 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겉모습은 화려해 보이지만 껍질 까보면 텅 빈 도시 LA를 그린 영화 ‘LA Confidential’에서도 허쉬허쉬의 편집자 시드 허친스와 잭 빈센즈는 포모사 카페에서 만나 정보를 교환한다.

‘Still Breathing’이라는 예술 영화에서 포모사 카페는 운명적 연인과 조우하는 낭만적인 장소로 그려진다. 꿈에서 본 여인의 영상을 찾아 타이완으로 떠나려던 플리쳐(브렌든 프레이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LA 공항에 왔다가 포모사 카페를 알게되고 이곳을 찾아와 이젠 낯익기까지 한 여인, 로즈를 만난다.

어디 이뿐일까. Majestics, Beverly Hills Cop2를 비롯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에 등장한 것은 물론이고 광고와 패션 촬영장으로도 많이 이용된지라 당신은 첫 방문이라 할지라도 전생에 와 본 장소처럼 낯익게 느낄 것이다.

1939년에 문을 연 이후 60여 년의 세월 동안 한 자리에 있었던 포모사 카페의 주인, 빈센트 정(Vincent Jung)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이 할리웃의 명소를 지키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스타들은 모두 포모사 카페를 자주 방문했던 이들. 클라크 케이블, 그레이스 켈리, 마릴린 먼로, 소피아 로렌, 엘비스 프레슬리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스타들이 다녀갔다.

팀 로빈스와 수잔 새런든 부부 등 영화계 인사와 영화배우 그리고 젊은 제작자들은 요즘도 포모사 카페를 찾아와 칵테일 잔을 기울인다.

캐시 마플(Cassie Marple)은 지난 27년 동안 이곳서 웨이트리스로 일해 왔다. 무척 오랜 세월이라 생각하겠지만 50년이 넘도록 일하고 은퇴한 종업원들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웨이트리스 가운데는 현직 단역 영화배우들이 많아 이들의 풍부한 표정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 정도 사연이 있는 곳이니 음식이야 기본만 되면 괜찮다. 바비큐 포크로 안을 채운 전통적인 만두(Cha Sui Bao), 마늘과 시금치를 섞은 닭고기 만두(Chicken Shu Mai), 닭고기와 버섯으로 속을 채운 튀김만두(Chicken Wontons) 등 만두 종류도 여럿 되고 스프링 롤, 야채와 새우 뎀뿌라 등 튀김 요리도 고소하다. 오렌지 실란트로 드레싱에 무쳐 라이스 페이퍼에 싸낸 새우 요리(Orange-Cilantro Shrimp)는 오렌지 향이 새콤한 것이 고급 식당에서라면 꽤 비싼 값에 팔렸겠지 싶다.


기름에 튀긴 연어와 야채 김밥(Salmon Tempura Roll), 와사비와 깨에 무친 참치와 연어를 뎀뿌라처럼 튀긴 롤(Ahi & Salmon Wasabi Roll), 매콤한 소스에 무친 참치 회를 또띠야 칩에 얹은 요리(Spicy Ahi Tartar)는 주방장님 고향의 색채가 더해진 국적 불명의 요리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한 잔 기울여가며 먹으니 입에 착착 붙는다. 새우 로멘(Shrimp Lomein)은 새우와 각종 야채를 로멘과 버무린 아시아 스타일의 파스타로 크림 소스를 듬뿍 써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각종 볶음밥과 국수 종류도 먹을만하다.


Tips

▲종류: 현대화된 중국 요리와 캘리포니아의 터치가 가미된 아시아 요리. ▲오픈 시간: 월-금요일은 오후 4시-새벽 2시. 토·일요일은 오후 6시-새벽 2시. ▲가격: 전채는 4-12달러, 샐러드는 5-10달러, 메인 디쉬는 11-19달러. ▲주차: 스트릿 파킹, 발레 파킹 3달러 50. ▲주소: 7156 Santa Monica Bl. Los Angeles, CA 90046 Santa Monica를 타고 가다가 La Brea를 바로 지나 왼쪽으로 나온다. ▲전화: (323) 850-9050.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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