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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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법 (124) 법적 대리인(2)

2003-01-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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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대리인을 임명하는 문서인 ‘power of attorney’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리인을 임명한 주인이 불구가 되어 자신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상실함과 동시에 그 효력을 잃어버리는 ‘power of attorney’와 비록 주인이 정신적으로 불구상태가 되더라도 그 효력이 지속되는 ‘power of attorney’가 그것이다. 전자를 ‘nondurable power of attorney’라고 부르는 반면, 후자를 ‘durable power of attorney’라고 부른다. 관련법을 설명해 본다.

‘nondurable…’ 주인이 정신적 능력 상실하면 효력 잃어
‘durable…’ 불구상태 되더라도 법적대리인 권한 지속돼

<문> ‘power of attorney’가 ‘nondurable’이나 ‘durable’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 ‘power of attorney’의 법적 효력이 지속적(durable)인가, 그렇지 않은가(nondurable)를 구별하기 위해 붙인 호칭이다. 1979년 이전에 캘리포니아주에서는 ‘power of attorney’를 작성한 주인이 정신적 불구자가 되면 그 주인이 작성한 모든 법적 대리인 임명장은 무효가 되었다. 그러나 1979년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주인이 정신적 불구자가 되어도 무효가 되지 않는 새로운 타입의 법적 대리인 임명장을 입법화하였다. 이 문서가 바로 ‘durable power of attorney’다.

<문> 그러면 주인이 불구가 되어도 그 효력이 지속되는 법적 대리인 임명장은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

<답> 프로퍼티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일반 재정문제를 다루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문서를 작성해 두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의 건강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이 될 경우 이 ‘durable power of attorney’를 작성해 두면 나중에 자신이 불구가 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파이낸스를 원만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법적 대리인 임명장은 파이낸스뿐만 아니라 주인의 개인적인 문제(불구 후에 주인의 의식주 문제 등에 관한 결정권)에 관해서도 사용이 되고, 불구 후 주인의 헬스케어에 관한 결정을 주인이 불구가 되기 전에 사용하는데도 많이 사용된다.

<문> 이러한 지속적인 법적 대리인 임명장이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이 정신적 불구가 될 경우 그 가족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 판사에게 주인의 재정문제를 경영할 사람을 임명하도록 요청하는 법적 절차(conservatorship)를 밟아야 한다. 이 절차를 밟으려면 경비도 많이 들고, 한 개인의 개인적인 문제들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함을 주게 된다.

<문>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를 가지고 있으면 이러한 지속적인 법적 대리인 임명장이 필요 없지 않은가.

<답>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어 두면 트러스티가 주인이 정신적 불구가 될 경우 트러스트에 양도된 재산에 대해서 관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트러스트로 넘어오지 않고 주인이 갖고 있던 재산에 대해서는 관리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 값나가는 자산만을 트러스트에 양도하기 때문에 유사시 전반적인 재정문제를 관리하기에는 리빙 트러스트가 충분치 않다고 보아야 한다.

<문> 남편이 불구가 되었을 경우 아내가 남편 대신 재정문제를 관리할 수 있지 않은가.


<답>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서 한쪽 배우자가 불구가 된 배우자를 대신할 수 있는 권리가 어느 정도는 있다. 예를 들어 부부의 공동 은행구좌에서 페이먼트를 한다거나, 부부 공동 주식 어카운트에 있는 주식을 파는 일은 한쪽 배우자가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부 공동으로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을 매매할 경우 부부가 모두 서명해야 하기 때문에 한쪽 배우자가 불구가 되었을 경우에는 다른 한쪽 배우자는 손이 묶이게 된다.

<문> 그러면 ‘지속적인 법적 대리인 임명장’은 어떻게 만드나.

<답> 계약을 맺을 만한 정신적 능력이 있는 주인이 임명장을 만들어 이 문서에 직접 서명하거나,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주인이 보는 가운데서 주인의 지시대로 다른 사람이 서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서는 반드시 공증을 받거나, 아니면 두 명의 증인(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주인이 임명하는 법적 대리인은 증인의 자격이 없음)이 사인을 해야 한다. 증인들의 사인은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공증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주인이 문서에 서명하거나 공증을 받을 때 두 명의 증인이 입회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서에는 날자가 반드시 기입되어야 하며, 주인이 추후에 불구가 되어도 이 임명장은 유효하다는 내용이 반드시 문서에 들어 있어야 한다.

강정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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