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내식 전문업체 ‘하코르’사 탐방

2003-01-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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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식에 프렌치까지 메뉴 50여종

하루 1만2,000인분 ‘척척’


LA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면 편도에 2번은 먹게 되는 기내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수백 명의 승객이 밀폐된 공간에서 먹게되는 기내식은 탑재 수 시간 전에 조리되고, 장시간 비행에도 원래 맛 그대로 관리된다는 점 때문에 납품업체는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기내식 납품업체라면 음식의 질과 위생은 일단 검증 받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기내식은 항공사 서비스를 판단하는 주요 잣대중 하나다. 공급업체 선정부터 비행중인 승객의 간이 테이블로 서브되기까지, 기내식의 공정과정을 LA발 대한항공 기내식을 맡고 있는 케이터링업체 ‘하코르’를 방문해 알아봤다.

87년부터 LA발 대한항공 기내식을 맡고 있는 ‘하코르(Hacor)’사는 한진그룹의 현지업체로 LA의 9개 주요 캐이터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내식 전문 업체다. LA공항 인근에 있는 이 업체는 대한항공 뿐 아니라 에어 프랑스·캐세이 퍼시픽 등 다른 4개 항공사 기내식도 맡아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6만여 스퀘어피트 규모의 ‘하코르’사는 주방, 냉장·냉동고, 와인전용 쿨러, 베이커리, 폐기처리장 등 첨단 설비를 갖춰 1일 생산량이 1만2,000식에 달한다.

하루 만드는 음식은 후식을 포함해 한·중·일식에 어메리칸과 프렌치까지 40~50종에 달한다. 항공사 마다 다르긴 하나 한달이나 늦어도 2~3달에 한 번은 메뉴가 바뀐다. 따라서 ‘하코르’에는 1만5,000여종의 음식재료와 양념이 보관돼 있어 큰 그로서리 스토어를 방불케 한다.

‘하코르’의 박용남 지사장이 꼽는 기내식의 철칙은 온도 준수. 날 재료부터 고기와 생선, 유제품, 와인, 냉동식품 등으로 각각 구분돼 보관 온도 규정이 까다롭다. 완성된 기내식도 냉장트럭, 드라이아이스 등을 동원해 화씨 45도 이하로 탑재시킨다. 기내식은 날 재료를 조리하기 시작할 때부터 탑재까지 72시간을 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이 과정에서 온도 준수는 신선도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인, 중국인, 프랑스인 등 ‘하코르’의 셰프 3인조는 동양식, 유럽식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만들어낸다.

조리된 음식은 1인용 쟁반과 용기에 분리해 담는 디시업(dish-up) 작업을 거쳐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끌고 다니는 카트에 착착 실린다. 한 카트 당 28개씩 실린 기내식은 카트째로 4시간동안 40도에서 쿨링되며, 공항으로 운반되기 2시간 전 냉장트럭으로 옮겨져 45도 이하를 유지한 채 기내에 탑재된다.


이렇듯 ‘쿨’하게 운반된 기내식은 승객들에게 따끈따끈하게 서브되기 위해 카트 째 기내의 대형오븐에서 데워진다. 주방에서 기내식을 데우는 일만 하는 승무원이 따로 있을 정도. 기내식 메뉴는 1·2·3등석 별로 다르며, 1등석의 평균 식사시간은 전채부터 후식까지 약 2시간30분이 걸릴 정도로 진수성찬이다.

승객 수와 기내식 양을 차질 없이 맞추거나, 보통 2종류인 메뉴를 종류별로 얼마나 준비하는냐 하는 것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한 ‘선수’의 직감으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승객이 예약을 미리 취소하지 않아 발생하는 손실(meal loss)도 만만치 않다. 박용남 지사장은 “항공기 당 매번 탑승객의 약 3%분의 식사를 버리게 된다”며 승객들이 예약시간에 맞추지 못할 경우 꼭 취소통지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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