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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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시 손님의 절도

2003-01-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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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가 크든 작든 그날 처음 들어오는 개시손님은 일하는 사람의 기분을 좌우한다. 나는 지난 70년대 학생시절에는 수업이 끝나면 부모님이 운영하는 센추리시티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돕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 확실히 기억은 없지만 새해 첫 날만 쉬고 이틀째 부모님을 따라 일을 나간 적이 있다. 부모님은 점심재료를 준비 하셨고 나는 가게 벽 쪽의 잡화용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때 첫 손님이 들어왔는데 그는 샌드위치를 오더하기 전 카운터 근처에서 초콜릿 두개를 주머니에 넣고 내가 있는 쪽 벽에선 감자 칩 한 봉지를 들고 카운터로 가는 것이었다.

부모님께 말하고 뭐할 경황도 없이 그 손님은 감자칩 한 봉지 값만 지불한 뒤 나가버렸다. 그 뒤에 사실을 안 어머님은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개시’손님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사실 우리 어머님은 개시손님뿐만 아니라 다른 때도 좀도둑의 절도는 눈감아 주셨던 걸로 기억된다. 그러니 그날은 신년 첫 비즈니스 날에 그것도 첫 손님이었으니 가게문을 나가기 전에 목격하셨더라도 결과는 뻔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추억거리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별것 아닌 것 같은 좀도둑질도 입건되면 엄중한 처벌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보통 상품 절도(Petty Theft)란 비즈니스 장소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을 말한다. 상품절도범이 도둑질하는 것을 잡기도 힘들지만 잡아도 주인입장에서는 그 다음 스텝이 큰 과제다. 보통 전문적으로 시큐리티 담당자는 절도범이 가게 밖으로 나간 뒤에 붙잡는다. 캘리포니아 법은 물건값을 지불할 의향이 없었음을 증거로 두기 위해서다. 절도범이 계산기를 지나 문밖에 나가야 다시 돌아와 물건값을 치를 의향이 없었음을 이론상 증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후에 경찰을 부르면 조사를 마친 후 주인에게 절도범을 기소(Charge)할거냐고 묻는다.
이때 기소라는 말을 쓰는데 그 뜻은 형사문제를 삼아 법원에 출두해 증언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비즈니스 주인은 ‘기소’라는 말을 잘 못 알아듣거나 법원에 드나드는 것이 귀찮아질까봐 기소를 안 한다고 ‘노’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경찰은 절도범을 눈앞에 놓고도 그냥 보낼 수밖에 없다. 물건을 훔쳐도 괜찮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제2의 제3의 절도사건이 발생해서 더 골치 아파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비즈니스 오너는 새해부터 세일하랴 물건 새로 받으랴 분주하다. 게다가 물건을 도둑맞는 것도 억울한데 신년 첫 달의 개시손님일 경우는 기분이 더 나쁠 수밖에…. 그러나 이 문제는 덮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겠다.


박재홍 <변호사> (714)534-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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