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안한 2003년

2003-0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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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시기는 아마도 14세기의 20년 남짓한 기간이었을 것이다. 당시 페스트로 인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을 바짝 긴장시키면서 저물어간 2002년을 보면 2003년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위험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난 2002년의 마지막 일요일을 각 TV방송의 인터뷰 프로그램들을 한바퀴 돌면서 보냈다. 그의 주장은 북한이 기를 쓰고 핵무기를 다량 확보하려 하지만 그것이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상비군 규모 세계 3위인 북한이 핵무기까지 보유하려 드는 것을 보면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인 미국의 영향력이 북한에 대해서는 덴마크보다도 나을 것이 없다는 말이 된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비무장지대에서 35마일 떨어져 있다. 볼티모어에서 워싱턴 정도의 거리이다. 이라크의 세배가 넘는 120만 북한 병사들 중 100만명 이상은 비무장지대 부근에 배치되어 있는 상태이다.
3만7,000 주한미군을 지휘하는 토마스 슈워츠 장군은 미군이 지상군, 공군, 해군등 을 총 동원하는 치열한 접전에 순식간에 빠져들 수 있는 지역으로 한국을 꼽았다. 그런 전쟁이 일어나면 수십만명의 인명 피해와 수십억달러의 재산상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서 대해 취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의 핵 시설을 선제 공격하는 것이다. 단 그런 공격이 남한과의 전쟁으로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인데 그런 확신은 없다. 둘째는 기아에 허덕이는 그 나라에 심각한 경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북한의 주 수출품인 탄도미사일 수출도 저지시키는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위험한 도박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평화적으로 붕괴될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는 북한의 핵 소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남한이나 일본, 대만 등 국가들에게 엉뚱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그런 무기만 확보하면 모든 것이 바뀐다는 메시지이다.
조지 윌/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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