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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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접대와 형사재판

2002-12-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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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한국에서 중학교를 일년 남짓 다니다가 미국에 와서 지금 한국 중학생들의 생활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은 선생님 몰래 극장에 자주 가는 애들이다. 선생님의 철저한 경계망을 어찌나 잘 빠져나가는 지. 한 번도 선생님에게 걸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어쩌다 한번 극장에 간 애들은 학생주임한테 걸려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마찬가지로 평소 음주운전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도 뜻하지 않게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C씨의 경우 퇴근 후에 곧장 집으로 가서 가끔 친척과 소주를 걸치는 것 빼놓고는 음주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연말에 몇 번 있는 직장의 술 상무 노릇을 거절할 수가 없어 늦게 귀가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러다 재작년엔 혼쭐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안방 드나들 듯했다. C씨의 경우 손님한테 확실한 서비스를 해주려다가 형사재판까지 끌고 간 케이스다.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 손님을 분명 호텔까지 데려다줬는데 그 손님이 무엇을 사다 달라며 부탁, 편의점에 가다 그만 사고를 냈다. 음주운전 상태에서 사고를 내 형사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그 사고 때문에 얼마나 불려 다녔는지 모른다. 차량사고 때 피의자 쪽에서 몸을 많이 다쳤기 때문에 일년 반이 걸린 케이스였다.
피의자 쪽에서 소송을 해서 법정 밖 증언(Deposition)과정, 즉 소송제기 후 법원 속기사 입회 하에 원고측 변호사가 질문을 하는 절차를 여러 번 거쳤다. 설상가상으로 집과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법정에 다니느라고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했다. 결과적으론 C씨가 근무시간의 연장선에서 난 사고로 판가름이 났다. 그리고 C씨가 일하던 회사에서 원고측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만일 손님이 C씨가 예전에 알던 친구였고 동시에 그 회사의 손님이었는데 고용주한테는 보고할 틈도 없이 공항에서부터 식당까지 접대하다 사고를 났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경우도 고용주가 책임질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친구이며 손님인 C씨를 만나 비즈니스에 성과를 올리는 대화가 오가는 대접을 했다면 말이다. C씨가 음주를 한 후 운전을 할 경우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음주운전을 해서 손님이나 제 삼자가 다쳤을 경우 응징적 손해 배상(Punitive Damages)을 물어야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C씨가 과거에도 음주운전 경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도 손님 접대 일을 시켰다면 고용주 또한 처벌적 손해배상을 물어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연말연시에는 비즈니스와 연관돼 손님 접대할 일도 많지만 경찰 단속도 다른 때보다도 빈번해지니까 더욱더 조심해야겠다.

박재홍 <변호사>(714)534-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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