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에는 3명의 내부고발자가 선정됐다. 엔론의 셰론 와트킨스, 월드컴의 신시아 쿠퍼, 연방수사국의 콜린 로울리 등이다. 이들은 분명 용기 있는 사람들이며 칭송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들이 비난한 기업 책임자들과 이들과 유착된 정치인들이 생각한 대로 혼이 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연방수사국이나 중앙정보국의 무능한 관리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아니다.
‘타임’이 이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은 이들로 인해 실제 발생한 일을 평가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됐어야 했다”는 당위성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내부 고발자들은 자신의 조직 내에서 ‘왕따’를 당했으며 정작 옷을 벗어야 하는 사람들은 아직 건재한 게 현실이다. 연방수사국의 로울리가 ‘문제아’로 지적한 한 관리는 9.11 사건을 사전 예방할 수도 있었던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차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일련의 사건들은 1381년 영국의 농민반란을 연상케 한다. 당시 영국왕 리처드 2세는 반란이 거세자 국민에 대한 압정을 종식하겠다며 귀족들에게 권한을 분할 이양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반란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위기를 넘긴 왕은 다시 폭정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미국민은 여러 가지 개혁안을 받았다. 그러나 정치적 위기가 해소되자 모든 약속은 허공에 떠돌 뿐이다. 9.11 희생자 유족들에게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1명을 선정할 권한을 부여하겠다던 약속도 흐지부지됐다.
한편 ‘타임’은 엘리엇 스피처 뉴욕 검찰총장을 ‘올해의 개혁가’로 꼽았다. 그가 연방정부의 도움 없이, 워싱턴 정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증권가의 비리를 캐낸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스피처를 개혁가로 치켜세우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폴 크루그먼/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