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주와 안보의 조화가 과제

2002-1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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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교류지속과 미국으로부터의 보다 큰 자율권 확보를 주창해 온 노무현씨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로써 향후 한미 양국 관계는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돼 온 군사적 경제적 한미 관계에서 가장 특이한 길을 걷게될 것이다.
지난 수개월 간 미국은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을 동원해 북한에 압력을 넣었고 특히 핵 개발이나 중동 지역에의 무기 수출에 강경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가난한 이웃인 북한에 대해 시한을 못박아 경제제재를 가하는 데 반대했고 북한과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 문제가 노 당선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일반적인 관측과는 달리, 휴전선을 지척에 두고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오히려 이 사안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각에 동정표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노 당선자는 선거 막판에 정몽준씨의 지지 철회로 당혹스러워했고 전문가들도 이로 인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국 이를 극복했다. 노 당선자는 북미 관계 악화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이제 한국이 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유세기간 중 자신이 과거에 주장했던 미군철수가 잘못된 것이라며 중도적인 발언을 했으며 한미 양국의 우호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현실감각을 보였다.
이제 노 당선자는 두 가지 중요한 사안을 적절히 조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미국으로부터 자율적인 정부가 되어 달라는 젊은 유권자들의 민의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군의 안보지원아래서 어떻게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한인담당 스캇 스나이더가 언급했듯이 노 당선자는 한국의 자주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과 부시행정부의 요구를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가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하워드 프렌치/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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