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사업상 손님접대와 음주운전

2002-12-17 (화)
크게 작게
몇 해만 있으면 변호사 생활도 20년째로 접어든다. 직업상 줄기차게 많이 받는 질문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 대체 전문이 뭐냐는 것이고 둘째는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가 라는 질문이다. 별도의 전문 코스가 있는 의사와는 달리 변호사 업무는 캘리포니아주 법규상 ‘전문’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금지돼 있어 정말이지 고집스럽게 그 단어를 회피해 왔다는 것이 첫 질문의 답변이 되겠고 둘째 질문은 이제껏 날 믿고 상해법이나 형법 이외의 다른 문제들을 맡겨주신 여러분들께는 송구스럽지만 대답은 형사문제라 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형사문제를 의뢰할 땐 체면몰수하고 자신의 부끄러운 실수를 내놓고 흔적을 없애달라고 졸랐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번도 장담을 안 했지만 날 신뢰하는 그 마음을 저버리지 않게 기대치보다 결과가 더 잘 나왔을 때 나 또한 의뢰인 이상 기쁜 건 사실이다.
매년 이맘때쯤 되면 생각나는 K씨가 있다. 지금은 타주로 이주해 모텔을 여럿 경영하며 사업가로서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사실 10년 전 그는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사생활의 복잡한 문제가 많았던 K씨가 어느 날 구치소에서 급히 연락을 해왔다. 그는 LA 다운타운의 꽤 잘 나가는 업체의 세일즈맨이었는데 주 임무는 손님접대였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됐다. 직업 성격상 손님을 공항에서 픽업, 바(Bar)에 가서 같이 술을 마시는 일도 잦았는데 하루는 술을 마신 후 손님 저녁식사를 대접하러 식당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를 냈다. 음주운전을 하다 그만 사고가 난 것이다. 경찰 리포트상에 그의 혈중 알콜 농도는 0.09%로 나왔다이 사고로 인해 손님은 물론 동승한 손님의 친구까지 많이 다쳤다. 이런 경우 회사는 업무 중 사고가 났기 때문에 그 손님과 동승자에게 당연히 보상을 해줬어야 한다. 대신 책임지는 의무(Vicarious Liability)의 이론에 바탕을 둔 변론이라 하겠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회사의 보험은 부실했고 간부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형법과 교통사고법이 ‘짬뽕된’ 꽤 까다로운 케이스였는데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없어 차선책을 마련, 회사 자산으로 마무리 졌었다. 이 와중에도 K씨는 법적 결과에 고맙다며 내게 몇 번이나 절을 하기도 했다.
K씨의 경우 사고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전화위복으로 부자가 됐으니 새옹지마가 아니겠는가!
K씨와 비슷한 케이스를 예로 들어보자. P씨의 경우 손님을 데려다주고 셀폰으로 고용주에게 손님하고 있었던 일을 보고하다 사고를 냈다고 치자.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될까. 회색변론의 여지가 좀 있지만 고용주에게 책임이 돌아갈 확률이 많아진다. (714)534-4545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