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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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법 (120) ABC 라이선스(14)

2002-1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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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업소를 적발하기 위해서 경찰이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미성년자를 미끼로 사용하는 ‘Minor Decoy Program’이다. 이 프로그램은 경찰이 고의로 미성년자를 리커스토어나 술집으로 보내 업주가 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도록 유인하는 경찰 함정수사이다. 이 함정수사에 걸린 업주들은 어떤 항변을 하고 있는지를 한 실제 사건들을 통해서 알아본다.

“운전면허증만 제시… 동년배보다 성숙해 보여”
미성년자 이용한 함정수사서 적발된 업주 항소

<문> 라구나비치에서 7-Eleven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업주 A씨는 1987년 4월27일 오프-세일 비어 앤드 와인 라이선스를 받았다. 그 후 1998년 10월23일 업주가 고용한 직원 B씨가 라구나비치 경찰이 보낸 18세의 애론 해리스에게 버드와이저 맥주 6팩을 판 혐의로 ABC에 고발장이 접수되었다.
1999년 8월3일 이 사건에 대한 히어링이 라구나 비치 제임스 코타 경관과 미성년 미끼였던 애론 해리스, 그리고 업주 A씨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의 증언을 들은 판사는 라구나 비치 경찰의 미성년자 미끼 프로그램이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결정했고, 이 결정을 받아들인 ABC는 업주 A씨에게 20일간의 라이선스 정지형(suspension)을 내렸다.
업주 A씨는 이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 이유는 미성년자를 사용하는 경찰의 함정수사는 주법이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라구나비치 경찰의 함정수사에는 두 가지 조건이 결여되어 있어 이 함정수사가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조건은 첫째, 함정수사에 사용된 미성년자는 정확한 생년월일이 적힌 ID을 소지하고 있거나 또는 아예 ID를 갖고 있지 말아야 하고, 업주가 ID 제시를 요구할 경우 ID를 소지한 미성년자는 당시 가지고 있는 ID를 셀러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건과, 둘째 함정수사에 사용된 미성년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21세 미만인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업주는 함정수사에 사용된 애론 해리스가 당시 캘리포니아 운전 면허증과 고등학교 ID를 함께 소지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스토어 직원이 그에게 ID 제시를 요구하자 자신의 운전면허증만을 보여준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해리스의 운전면허증에는 그의 나이(18세)가 사실대로 적혀있고, ‘AGE 21 IN 2001’이라고 붉은 줄(red stripe)로 적혀 있었다. 업주는 만약 해리스가 학생증을 운전면허증과 함께 클럭에게 제시했었다면 클럭은 그에게는 술을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업주는 해리스가 동년배들에게서는 보통 기대할 수 없는 성숙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 함정수사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업주는 자신이 이번 함정수사에서 걸리기 전에 ABC법을 위반한 사건은 36개월도 넘는 1994년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벌금형 대신 20일의 면허 정지형을 내린 것은 ABC가 주법(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25658.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업주 A씨의 항변에 대해서 ABC 항소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답> 우선 애론 해리스가 스토어 클럭에게 ‘2001년이면 21세가 된다’라고 붉은 줄로 적은 운전면허증만을 제시한 것이 위법이라는 업주의 주장을 항소법원은 기각했다. 운전면허증에 붉은 줄로 미성년자라고 적힌 것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스토어 클럭이 고교 학생증을 보았다면 그에게 술을 팔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은 단지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그리고 해리스가 동년배에 비해서 성숙해 보이기 때문에 이번 함정수사가 위법이라는 업주의 주장에 대해서도 항소법원은 1심 히어링에서 판사가 해리스의 신체적 특징뿐만 아니라 그의 태도, 몸가짐들 여러 가지 면을 참작한 결과 그가 21세 미만으로 보인다고 결정했고, 또한 항소 판사들이 보기에도 해리스의 체격이 동년배에 비해서 별다르게 크지 않다고 결론짓고 업주의 항변을 기각했다.
또한 ABC 법규 위반이 36개월 이내에 두 번 일어난 것이 아님에도 20일간의 면허정지형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항소 법원은 업주의 첫 번째 ABC 법규 위반이 1994년에 일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ABC가 업주에 대해서 어떤 벌칙을 주느냐는 것은 ABC의 고유한 결정권에 속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1심의 20일 간의 면허 정지형을 지지했다.
주법(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25658.1조에는 첫 번째 ABC 법규위반이 일어난 지 36개월 안에 또다시 ABC법을 위반해서 적발된 업주는 라이선스 정지 대신에 벌금형을 ABC에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강정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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