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표리부동한 ‘핵 거래’

2002-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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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처럼 지난 2년간 미국인의 눈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은 나라도 없을 게다. 과거 오랜 시절 파키스탄은 테러리즘과의 연계, 핵무기 개발, 독재 군정 등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도외시 당했다. 하지만 근자에 들어서 9.11테러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힘썼으며 미국으로서는 의미 있는 우방이 됐다.
그런데 지금 파키스탄의 신뢰도가 다시 추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미 정보기관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을 주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한국, 일본은 물론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10만여 미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지난 80, 90년대 핵무기를 은밀히 개발했으나 당시만 해도 인접국인 인도를 핵무기로 공격할 장거리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위성의 탐지를 피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필요로 했다.
파키스탄은 서방세계로부터 훔쳐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이용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북한에 전수했다. 그 대가로 파키스탄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부품을 받았다. 이 부품은 북한이 이란, 리비아, 시리아, 예멘, 이집트 등에 선적하는 것이다.
이들 나라 중 어느 나라도 이 위험한 무기를 독재자들의 손에 넘겨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파키스탄은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더 이상 계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파키스탄 비행기가 지난 여름 북한의 미사일 부품을 싣는 것을 포착했다. 부시 행정부는 파키스탄 정부에 이 같은 무모한 거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의 행동은 신뢰할 만한 파트너의 행동이 아니다. 미 행정부는 페레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이 같은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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