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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법 이민국 폐지

2002-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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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추방 업무로 분할돼 조국안보부에 흡수
추방재판·비자발급은 기존 부처에 남겨 혼란


이민국이 없어진다. 1891년에 창설된 이민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민업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존 이민업무는 심사와 추방이라는 둘로 쪼개지고, 이 두 기능은 새로 탄생하는 조국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산하기구에서 맡게 된다. 이런 지각 변동은 최근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의 서명만 남긴 국토안보법(Homeland Security Act of 2002)의 결과이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큰 정부기구 개편이라는 국토안보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조국안보부는 테러로부터 국민의 안전, 그리고 미국의 자유와 헌법 기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방부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공룡 연방기관이 될 조국안보부 밑에는 연방 정부 8개 부처 산하 22개 기관에서 일하던 17만명이 예하 기관으로 흡수된다. 이민국과 관세청도 조국안보부의 산하 기관이 된다. 대통령의 법안 서명을 전후해 새 조국안보부 장관도 임명되게 되는데, 펜실베니아주 지사를 지낸 톰 리지가 초대 조국안보부 장관의 영순위 물망에 올라 있다.


■분할되는 이민업무

이민국은 없어지고, 이민 업무는 성격에 따라 크게 둘로 이민 심사와 추방 같은 업무는 국경안전국(Bureau of Border Security) 산하로 이관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국경안전국에서는 불법 입국을 단속하는 한편 불법이민 자를 수사하거나 추방하는 일을 맡는다. 한편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적인 이민 심사업무는 이민서비스국(Bureau of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 담당이 된다. 이 곳에서 취급하는 업무는, 첫째 시민권 관련 업무, 둘째 망명 및 난민 케이스 처리, 셋째 지금까지 이민국 서비스센터나 지역 이민국 사무소에서 하던 기타 케이스에 대한 심사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한편 법무부 관할인 EOIR (Executive Office for Immigration Review)은 계속 법무부 장관의 관할에 남는다. 따라서 이민 법원이나 이민 상소법원은 계속 법무부 산하로 남아 이민 추방재판과 재심을 맡게 된다. 한편 비자 발급을 관장하는 영사업무는 계속 국무부가 맡는다.
그렇지만 비자 발급 업무도 상당부분 조국안보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일례로 비자가 거부된 케이스는 모두 컴퓨터에 입력된다. 비자가 거부된 사람에 대한 신상기록이 컴퓨터에 입력되어, 나중에 이 사람들에 대해 비자를 발급하기 전 영사는 반드시 이미 컴퓨터에 들어 있는 기록과 대조한 뒤라야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다.

■업무 혼란 가중 불가피

그렇다면 이번 기구 개편으로 이민업무 처리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 반드시 그렇다고 할 근거가 없다. 사실 이민국은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그리고 늑장에 실수까지 다반사로 하는 통에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우리 속담도 있지만, 새로 생기는 조국안보부의 업무 처리가 매끄러워진다는 보장이 없다.

업무 처리에 속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민국이 법무부 산하에 있는 것이 조국안보부 산하 기구로 전락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여러 번 이민국은 기구 개편을 했지만, 그 성과는 한마디로 별로 없다. 우선 이민국의 당면 숙제는 업무의 전산화를 통해서 불필요한 서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구 개편으로 이런 지향점이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 기구 개편한다고 야단인데, 전산화 작업인들 차분히 이뤄질 리 없다.

두 번째는 이민국이 없어지면, 그동안 자리잡은 관행도 덩달아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민국 법무팀은 필요할 때마다 사안마다 이민법에 대한 유권을 내놓아, 이민법 종사자들이 이것을 길잡이로 삼았다. 그런데 조국안보부 법무팀이 이런 관행을 계속 유지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셋째, 이민 업무를 효과적으로 통괄할 리더십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이민국장이 이런 리더십 노릇을 하고 있지만, 기구가 개편되면 이민업무를 맡게 되는 담당 차관보급 인사들이 이런 리더십을 수행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이민 업무와 추방 업무가 분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유기적으로 엮는 장치가 없다. 이민 부서가 거대 조직에 속하다 보면, 이민 업무의 우선 순위가 자연 밀릴 수밖에 없다.

이미 이민업무는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 컴퓨터 전산망을 통한 정밀한 안보 검색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이 일하는 조직이 그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가 된 이민국 직원들의 분위기와 무관할 수 없다.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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