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남회관 오뎅

2003-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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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장 레서피

강남회관 오뎅은 알아주는 특미로 손꼽힌다.
특히 오랜 시간 달여내 시원하고 맑은 오뎅 국물은 주인 이상헌씨가 매일 직접 조리하는 ‘작품’. 요리사 40년 경력으로 빚어내는 회심의 역작이다.
이씨의 오뎅 국물은 큰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재료와 정성, 그리고 ‘오뎅가마’라는 특별한 시스템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선 멸치다시로 국물을 낸다. 재료의 양을 이씨 기준으로 맞추면 물 한 버켓(4 갤런 정도)에 멸치는 큰 손 한주먹만큼 넣는다. 중요한 것은 찬물에 은근히 우려내는 것. 더운물에 팍 끓이지 않고 찬물에 넣고 한시간 정도 서서히 달인다. 이때 불 조절이 중요하다. 한시간쯤 걸려서 물이 끓기 시작하게끔 불을 맞추고 물이 끓으려고 하면 끓기 직전, 똥물이 빠지기 전에 멸치를 건져낸다.
이 다시물에 두꺼운 다시마 큰 것(약 2 피트짜리) 한 장을 찬물에 살짝 씻어 넣고, 가쓰부시오(dried shaved mackerel) 한 주먹, 파뿌리 깨끗이 씻은 것 2 묶음, 양파 1/4 개, 잘게 채 썬 무 1개를 넣고 약한 불에 한시간동안 끓인다. 여기에 간장 약간(색깔 낼 정도)과 미린 한 국자, 소금 1/2 스푼, 혼다시 5 스푼으로 간을 맞춘다. 이렇게 낸 오뎅국물은 오뎅가마로 옮겨 계속 덥히면서 서브한다.
이제는 내용물 차례. 먼저 익힌 무 한덩이와 토란, 계란, 부친 두부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쇠심줄과 새우, 오징어, 미역, 다시마, 게살, 팽이버섯, 캐비지 마끼, 10여종류의 오뎅을 차례차례 얹은 후 국물을 담아 식탁에 낸다.
이 모든 재료는 팽이버섯을 빼고는 미리 조리해둔 것. 크게 자른 무 덩어리는 멸치국물에 간장 넣고 색깔과 간을 맞춰 오뎅가마에서 하루정도 푹 무르게 익힌 것이다. 캐비지 마끼는 다진 소고기에 양파, 마늘로 양념한 것을 만두처럼 빚어 캐비지로 싸서 찐 것.
오뎅은 모두 다운타운의 일본집 ‘마루따마’에서 질좋은 생선을 재료로 특별주문해오는 것으로 종류는 지꽈, 실린더, 마루땡, 사라땡, 야끼다, 자슈, 노리, 나루또 등이다.
한편 잊지 말 것은 오뎅 찍어먹을 겨자와 간장. 간장은 짜지 않게 다시물과 섞고 파, 마늘, 깨를 넣는다.
서울 롯데 앞 ‘이학’에서 오랫동안 요리사로 일했던 이상헌씨는 83년 강남회관을 오픈했고 그 이듬해부터 LA에서 오뎅을 만들어왔다.
“원래 눈 내리는 추운 날씨에 호호 불어가며 먹어야 제 맛인데 LA는 날씨가 맞지 않아 처음엔 안 했지요. 오뎅은 마진이 없고 일이 많아 이렇게 정식으로 하는 곳이 근방엔 없습니다. 올해는 안 하려고 했는데 찾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그만 두질 못하네요. 특히 외국인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루 수십 그릇을 담아냅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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