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0초짜리 민주주의

2002-11-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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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간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TV산업이다. 10억달러의 수입을 올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난 98년 선거에서도 네거티브 캠페인이 추악할 정도로 판을 쳤는데 이번에는 거의 두 배에 달했다. 30초 짜리 흑색 정치광고는 선거 막바지에 기승을 부렸다. 150만개의 광고가 전파를 탔다는 통계다.
정치 보도보다는 광고를 볼 확률이 4배나 높다. 그러니 30초짜리 정치광고를 통해 정치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정치광고의 문제는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 광고에서 다른 정치인을 세금인상 지지자라고 몰아붙였다 하자. 그러나 어떤 항목에 대한 세금인상을 지지했는지 거두절미하고 ‘위험한 인물’로 몬다. 유권자들은 진상을 모른 채 광고만 보고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채색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정치체계를 오염시키는 현상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는 9,000만달러가 쓰였는데 이 중 대부분이 TV 광고에 사용됐다고 한다. 그러니 후보들은 모금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된다. 이 와중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연방상원의원이 민주당의 러셀 파인골드, 리처드 더빈 의원과 함께 하나의 법안을 제출했다. 매케인은 이 법안에서 캠페인 기간에 TV는 매주 최소 2시간 동안 정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방영하도록 했다. TV 업계는 막강한 로비력을 갖고 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돈 정치보다는 이슈에 의한 정치가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 후부들은 더 이상 돈을 얻으러 다녀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될 것이다. 공화당은 이 법안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리처드 코언/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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