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민주화의 환상

2002-10-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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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를 무장 해제시키기 위한 전쟁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민주화를 통해 중동 전역을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바그다드를 해방시키면 이라크에 평화로운 민주주의의 새벽이 열리는 것은 물론, 인근 아랍 국가에도 그 여파가 미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야심 찬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라크는 민주주의가 바로 꽃필 것을 기대하기에는 힘든 조각나고 피로 물든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 지도자들은 이라크 내 종족 간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고 있다. 이들을 한데 묶는 것은 지극히 복잡한 일이다. 1920년대 영국의 이익을 위해 급조된 이라크는 그 동안 군부 독재와 종족 간 분쟁으로 갈갈이 찢어져왔다. 1968년 바트 당이 집권한 후 철권 통치와 기름으로 질서를 유지했다. 1979년 후세인이 정권을 잡고서는 국가가 민간 사회를 집어삼킬 정도였다.
1958년이래 탄압 받아온 이라크 인들은 정치 체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오로지 부족과 종교에 의지하고 있다. 중산층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정치 질서도 유지하기 힘들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다면 사담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것이다. 그는 사회 계층 전반의 지지를 잃고 있다. 바그다드 해방은 일시적 기쁨을 가져오겠지만 오랜 기간 미국이 질서를 잡지 않으면 이라크는 혼란에 빠질 것이며 민주주의는 물론 미국의 국익이 위협받을 것이다.
파와즈 거지스/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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