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전쟁의 숨은 비용

2002-10-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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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의 전쟁을 통해 이라크는 물론 중동지역에 민주화를 퍼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어필하는 듯하다. 하지만 전쟁이 나면 중동지역은 지금보다 더 억압적이고 불안정해 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무력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라크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중동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무슬림과 아랍인들은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제국주의를 눈여겨볼 것이다. 중동 여러 나라의 정부는 국민 대다수의 뜻에 역행하면서 미국을 지지하게 되고 이런 상태를 끌고 나가려면 억압구조가 필연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야 하니 쉬운 결정이 아니다.
민주화가 확산된다 해도 문제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석유보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과격 이슬람 정부를 과연 미국이 편하게 여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중동의 정치적 질서는 이미 무너진 상태이다. 중동 주민은 물론 세계 전체를 위해서라도 이 지역의 변화는 필요하다. 혹시 다른 지역에서는 군대에 의한 민주화가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이 지역에서는 오히려 민주화 운동의 목을 조르는 형국이 될 뿐이다.
우리가 내세울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와 정치체제의 민주성이다.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우리 체제의 우수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며 이로써 서서히 변화가 생기는 법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역할은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전쟁을 통해 강제되는 게 아니다. 미국이 초강대국이란 이유하나 만으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잘 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은 민주적이지도 않다. 시브리 텔하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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