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점 드러난 자선단체들

2002-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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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공격사건이 터지자 미국민들은 후한 자선 성금을 내놓았다. 자선단체에 걷힌 돈은 총 24억달러로 전국민이 가구 당 23달러씩 성금을 낸 것에 해당된다. 반면 자선단체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돈을 너무 늦게 나눠줬는가 하면, 피해자들을 서류더미에 파묻히게 했고, 각 단체들이 연계해서 공동작업을 하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생겼다.

그 대가를 지금 자선단체들이 치르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선단체를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지난 2001년 7월 이후 두배로 늘어 16%에 달한다. 자선단체들이 뒤늦게나마 서로 협력해서 걷힌 돈의 3분의2를 나눠주기는 했지만 이미 평판은 나빠졌다.

우선 기금 전용이 문제였다. 미국적십자사는 테러성금으로 걷힌 5억달러 중 일부를 다른 목적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계획은 극심한 비난에 부딪치면서 철회되었다. 둘째, 일관성 없는 지리멸렬한 행정이 문제였다. 일부 자선단체들이 서로 협력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성금 분배는 지연되었고, 많은 피해자 가족들이 봉사 단체들을 미로처럼 헤매고 다녀야 했다.


셋째, 고르지 못한 분배도 문제였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사망한 일부 뉴욕 구조대원들의 가족은 다른 테러 희생자 가족들에 비해 7배나 많은 성금을 받았다. 이렇게 기준 없이 들쭉날쭉한 기금 처리로 자선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아울러 의회 일반회계국이 조사한 34개 자선단체중 대부분은 성금을 거의 다 분배했지만 10개 단체는 성금의 절반도 안 되는 액수만 분배한 상태여서 나머지 돈의 행방에 의심이 갈 판이다.

갑자기 물밀 듯이 들어오는 성금을 그만하면 잘 처리했다는 것이 자선단체들의 주장이지만 자선단체도 변해야 한다. 13개 단체가 연대해서 제출서류도 줄이고 신속하게 도움을 제공하려 애쓰는 등 변화가 있기는 하다. 적십자사도 성금 기부자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꾸었다.

아울러 각 단체들은 데이터 베이스를 함께 쓰고 돈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보다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자선단체들이 미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USA투데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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