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공격 명분’ 쌓기
2002-09-10 (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공격과 관련해 의회와 우방국과 상의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유엔이나 의회 증언 등으로 해결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미 행정부가 어떻게 처신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라크 공격 지지자들은 일본과 독일에 주둔하면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데 기여한 미군의 역할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믿고 있다. 간혹 독재정권의 버팀목이 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지난 60여년간 미국이 기여한 바는 매우 크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 동아시아, 이스라엘의 민주주의, 그리고 이라크 내 쿠르드족 거주지역에서의 다원주의에 미국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후세인 치하에서 대다수 이라크 국민들이 질식상태에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상반된 견해가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노예제도, 인디언 학살에서 제 3세계의 독재정권 비호와 인권유린 묵인 사례는 이미 역사에 기록될 정도다. 미국은 20년 전에는 아프가니스탄을 버렸고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지원했다. 미국은 이란군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후세인 편에 섰다. 이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이 지금 이라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오만 방자한 태도라는 것이다. 후세인을 벌하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속셈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으며 아랍세계에 반미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했지만 1년도 채 안 돼 평화유지군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다른 세력들이 이 일을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부시는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모든 역량을 그곳에 모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국 안정 정도는 신경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이라크 공격에 대한 명분 쌓기가 중대하다 해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또 다른 폭탄 테러사건이 발생한다면 생각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프레드 하이애트/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