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전론을 경청해야

2002-09-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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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엄청난 잘못이 될 것이라며 동참을 거부한 것이 국내 선거를 겨냥한 점도 있지만 유럽에 퍼져 있는 우려를 반영했다고 보아야 한다. 슈뢰더 총리는 좌파이긴 하지만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발칸, 아프가니스탄, 중동 등지에 파병하고 테러와의 전쟁에 연대하는 등 미국에 협조적이었다.
슈뢰더가 이라크와의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전면전을 벌일 만큼 이라크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슬람권에 반미감정이 폭발해 친미 아랍정권을 전복시켜 혼란을 가중할 것이며 경제적으로도 큰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유엔에 의한 무기사찰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나치시대가 낳은 상처 등으로 슈뢰더는 독일의 군사, 정치적 위상보다는 경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0년 독일은 미국이 주도한 대 이라크 연합국에 합류했었다. 지금 독일의 대 이라크 공격 반대는 미국에 대한 반감에서 표출된 게 아니라 냉정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라크 공격이 자칫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 연대를 훼손할 것이라는 슈뢰더의 우려는 타당하다. 부시 행정부는 슈뢰더에 화낼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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