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마을 운동

2002-08-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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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포먼 칼럼

지난 주일날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단기 선교단 평가모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이다. 우리 선교 단원들은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콩고, 그리고 탄자니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만났다. 올해의 사역이었던 어린이 전도집회와 야외 전도집회 그리고 지도자 세미나를 평가한 후에 우리들은 2003년과 2004년 선교활동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복음선교와 의료선교와 더불어 가난을 퇴치할 수 있는 경제선교가 화제에 올랐다.

대체적으로 아프리카 전체가 가난하게 살지만, 농촌사람들은 더욱 가난하게 산다. 시골은 길도 나쁘고 물이 귀해서 농촌사람들의 생활은 더욱 더 힘들게 보였다. 어떻게 하면 농촌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한 국가의 국민을 잘살게 도와 줄 수 있는 사역은 무엇일까? 그 사역에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할까? 단원 중 누군가가 그 사역을 ‘새마을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새마을 운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니까, 1972년 내가 한국에 처음 도착하였을 때 일들이 생각났다. 그때 한국 농촌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었다.

시골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나는 아침마다 마을 회관 확성기를 통해 크게 들려 오는 새마을 운동 노래를 들으며 잠에서 깨었다. "새벽종이 울리네. 새아침이 밝았네… 살기 좋은 새마을 우리 힘으로 만들세" 하는 노래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나는 새마을 운동 노래 곡조에 맞추어 휘파람을 불며 출근한다. 할아버지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 새마을 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였다. 눈이 닿는 곳마다 새마을 운동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새마을 운동 노래에 맞추어 집 앞에 나와서 새마을 운동 체조를 한 후 새마을 운동 노래를 부르면서 집 앞을 깨끗이 쓸었다.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대통령이 특별히 관심을 가진 프로젝트였다. 대학을 갓 졸업한 그때의 나는 개인인권 자유를 부르짖었다. 박 대통령의 독재 정치를 나는 은근히 비난하고 있었다. 서울 길거리는 늘 최루탄 개스 냄새로 가득 차 있어 눈물을 흘리면서 걸어 다녀야 하였고 미국에서 우편으로 보내온 타임 잡지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이 실려 있으면 그 기사가 가위로 오려졌거나 먹칠이 되어 배달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세월이 많이 지난 탓일까. 근래에 한국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박정희 정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하는 기이한 뉴스도 듣는다. 분명히 그는 독재자였지만 근대 한국의 기초를 놓은 주인공으로 역사가 인정하고 있다. 내가 박정희 대통령을 칭찬한다는 자체가 조금 이상하지만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면서 아프리카에 박 대통령처럼 강한 리더가 있었으면 아프리카 경제건설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난하고 무법지대인 콩고 같은 나라에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경제를 부흥시킬 강한 리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이번 여름에 콩고를 방문하였을 때 그곳 정부 관료가 하였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1960년에 한국과 콩고의 생활수준은 비슷하였다 하면서 한국의 경제부흥을 부러워하였다. 지난 42년 동안 콩고의 경제 수준은 밑바닥을 향하여 달렸고 한국의 경제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만큼 부흥하였다.

모부투 세세 세코는 콩고를 오랫동안 통치한 독재자이다. 그는 나라 이름을 자이레로 바꾸고 국민들의 재물을 착취하고 국고를 털어 스위스 은행에 재산을 숨겼던 부정한 독재자이다. 사회학자들은 자이레의 모부투 정권처럼 부패한 정부를 가리켜 ‘kleptocracy’(도둑통치주의)라는 특별한 단어를 만들기조차 하였다. 브카부(르완다와 인접한 콩고에 있는 도시)는 부패한 지도자들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이다.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는 유럽풍의 아름다운 도시는 수십 년의 부패한 정치로 인하여 망가졌다. 길거리는 차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이고, 빌딩들은 폐허되어 텅 비어 있다. 한때는 아름다웠을 저택들도 텅 빈 채 허물어져 가고 있다. 전기나 수도 시설도 가동되지 않을 때가 가동될 때 보다 더 많다.

한국과 콩고는 오랫동안 독재자가 정권을 잡았다. 그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독재자는 애국심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렸기에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새마을 운동이 한국 경제부흥의 원동력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 아프리카에서 전개되는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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