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택적 민주화 안된다

2002-08-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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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2주전 뉴델리에서 CNN으로 부시가 이라크 위협 대처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 그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단지 마음에 걸린 것은 골프 셔츠 차림으로 그런 중대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부시는 진지하게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난번에 부시는 “전 세계인이 테러범을 막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 자 이제 내가 치는 드라이브를 감상하라”고 말한 적도 있다.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옷차림도 주의해야하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데도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이라크 민주화의 중요성은 역설하면서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집트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집트 민주 투사의 투옥에 항의해 이집트 원조금 증액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민주화의 선별적 요청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민주화는 핑계고 실제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를 치려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뿐이다. 서안 지역도 마찬가지다. 아라파트에게는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이 곳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립에는 일언반구가 없다.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는 중동의 적성국가에만 민주화를 요구하고 우방에는 이야기가 없었다는 것이 스티븐 코언 중동전문가의 주장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이들 나라가 민주화되어도 선거는 한번만 치러질 것이라고 말한다. 회교주의자들이 선거로 정권을 잡은 후 독재를 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 예로 이란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민주국가가 아니다. 보수 회교 성직자의 독재일 뿐이다. 당장 민주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당 정치와 공정한 선거, 언론 자유와 사법부의 독립 등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를 점진적으로 마련하자는 것이다. 당분간 집권 세력이 경찰과 군을 장악, 정부가 책임 있는 정치를 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터키의 군부나 태국의 왕이 그런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지금 부시 정책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적국은 민주화로 위협하고 우방은 침묵으로 보답하는 것이 그의 정책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일이다.


토마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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