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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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공격 해야하나

2002-08-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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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주장 왜곡 말라
찬 성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쿠바에 있는 자기 신문 특파원에게 “사진만 보내면 우리가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전보를 친 이래 가장 열렬한 전쟁에 관한 논평을 뉴욕타임스는 신문 1면에 내보냈다. 허스트는 스페인과의 전쟁을 선동했지만 이 기사를 쓴 하월 레인스는 이라크 전을 반대하고 있다.

레인스가 반 이라크 전 캠페인을 펼친 지는 오래 됐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16일자 ‘공화당 지도부, 부시의 이라크 전략에 대한 반기를 들다’라는 것이다. 기사 중 재미있는 것은 딕 아미에 관한 부분이다. 아미는 수 주전 서안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인을 몰아내자고 주장, 조롱받았던 인물이다. 이제 와서는 그가 외교 문제 전문가라도 된 양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한 것은 며칠 전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키신저의 글을 인용한 기사다. 키신저는 “대량살상 무기의 확산, 그것이 초래할 큰 위험, 사찰 거부, 후세인의 적대감 등은 사전 공격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썼다.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전쟁을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단 말인가.

키신저 기고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의 전매 특허인 ‘현실주의’ 외교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현실주의 외교는 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가 지적하는 것처럼 사전 공격은 베스트팔리아 조약이래 350년 간 지켜져 온 국가 불가침의 원칙에 위배 된다.

그러나 대량살상 무기의 도래와 같은 기술적 변화는 더 이상 상대방이 먼저 공격하기를 기다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키신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타임스는 그를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와 함께 공화당 내 전쟁 반대 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키신저는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협박을 당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담을 그냥 놔두면 테러와의 전쟁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것을 우리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회교 강경파는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임스는 이라크를 공격하면 중동의 안정이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키신저의 생각은 정반대다. 그것이 오히려 아랍의 소요를 진정시키고 시리아와 사우디의 온건화를 유도하며 이란의 민주화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타임스의 키신저 왜곡은 그가 종전 후 뒤처리 문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데 근거하고 있다.

이라크를 평화적인 민주국가로 만들려면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신문 1면을 반전 캠페인 수단으로 삼는 것은 자유지만 이를 위해 다른 사람 주장을 왜곡하는 것은 잘못이다.
찰스 크라우트해머/ 워싱턴 포스트


삐걱거리는 부시 부자
반 대


부시 전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가신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가 지난주 월스트릿 저널에 입이 딱 벌어질 글을 기고했다. “사담을 공격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이었다.호전적인 부시 정권은 사담이 얼마나 ‘사악’한지를 놓고 투덜거릴 뿐 왜 사담을 공격해야 하는 지에 관해 설득력있는 이론적 근거를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스코크로프트는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이 왜 말이 안되는 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들었다. 그렇게 되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지구적 캠페인이 마비되거나 혹은 파괴될 수 있고, 아랍권이 뭉쳐 미국에 맞설수도 있으며, 미국이 영영 중동에서 발을 빼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궁지에 몰린 사담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향해 무기를 사용하게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 일을 간섭하는 데 대단히 민감해서 충고를 주기도 꺼려한다. 아버지 부시의 전 보좌관은 부시 부자간이 “아주 이상한 관계”라며 “아버지는 대통령으로서 아들의 권한에 너무 조심스러워서 아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말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는 아들의 정치적 샌드백이 되는 데 지긋지긋해졌음에 틀림없다. 세금에서부터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실패들을 각본처럼 되받아 쓰고 있다. 아버지가 겁쟁이처럼 물러난 이라크 일을 아들이 끝내야 한다고 떠들어대는 보수파의 주장에 아버지 부시는 짜증이 났을 것이 분명하다.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산은 결국 세계 각국을 어렵사리 한데 묶어서 도발이 없는 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괜히 침공해서는 안된다는 원칙하에 지구 연대를 만든 것이었다. 이제 아들이 도발사태도 없이 한 나라를 침공할 수 있도록 그 연대를 날려버릴 지도 모르게 되었다.

아버지는 외교정책 초년병인 아들에게 자신이 믿어마지 않는 사막의 폭풍작전 팀을 물려주면서 딕 체니를 대리아버지로 딸려 보냈다. 그런데 체니가 아버지 부시의 옛 라이벌인 도널드 럼스펠드를 끌어 들였고 폴 월포위츠와 리처드 펄이 극방부 팀에 합세했다. 이 그룹은 아버지 부시나 스코크로프트, 콜린 파월, 제임스 베이커 같은 현실주의자들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일방주의적이며, 이념론자들이고 호전적이다.

부시 전대통령의 한 관리가 말했듯 아버지 부시와 스코크로프트는 지구 연대를 완성해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립하려던 중이었는데 월포위츠와 펄 같은 친구들이 들어서면서 이제 이 마을 치안은 우리가 맡는다며 나선 형국이다.

아버지 부시측 온건파들은 이념론자들인 아들 부시측이 테러리즘을 제국주의의 알리바이로 쓰게 될까봐 걱정이다. 아들 부시는 아버지가 자기 정당화의 덫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건 전쟁 계획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족 치료요법이다.
모린 다우드/뉴욕 타임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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