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시각

2002-08-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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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여성

지난달 부시 대통령은 전세계 142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 인구기금 지원금 가운데 3,400만달러를 삭감했다. 중국에서의 활동에 대한 우려가 그 이유라고 하지만, 미 행정부의 결정은 분개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시의 삭감으로 부룬디의 응급출산 프로그램은 취소됐고, 알제리의 조산원 교육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신세가 됐다. 아이티의 에이즈 치유센터와 인도의 산모 사망률 감소 프로그램도 폐지됐다.

중국의 한 자녀 낳기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보수파들의 반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의 부작용은 실로 심각하다. 아울러 부시는 제3세계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체결된 국제조약의 실행을 방해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또 시골지역의 가난한 여성들의 보건문제를 다룰 국제회의 개최를 "낙태를 조장한다"며 삐딱하게 보고 있다. 미국이 지원한 돈이 낙태에 관련된 활동에 사용되는 것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50만명이 임신과 출산과 관련해 사망한다. 그리고 1억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먹을 것이 없고 아파도 치료할 수가 없어 떠돌아다닌다. 또 1억3,000만명이 강제로 성기절단 수술을 받고 있으며 100~200만명이 매년 윤락가로 팔린다.

부시 행정부는 전 세계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편에 서서 이들의 인권회복에 노력하는 게 아니라 이란, 수단, 시리아 등과 연계해 절망적인 상황에서 헤매고 있는 여성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좌절시키려 하고 있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막무가내인 담배업계

매년 많은 흡연가들이 금연을 하고 아예 처음부터 담배를 손에 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정부가 담배세를 올리고 있다. 업계는 이처럼 조여오는 압력에 무척 당황해 하고 있다. 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묘책을 쓰고 있다.

우선 섹스 어필이다. 미모의 여성을 광고에 대대적으로 써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담배 자판기에 삽입한 스크린에는 여지없이 미인계 광고가 나온다. 브라운&윌리엄슨 담배사는 몇 개 도시에 이 자판기를 시험 설치하기로 했다. 담배사들은 자판기가 담배 판매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판기를 자주 사용하는 흡연가들에게는 할인이나 ‘1갑 사면 1갑은 공짜’ 프로그램도 실시할 계획이다.

만에 하나 섹스 어필 전략이 주효하지 않는다고 움츠러들 업계가 아니다. 지난 20여년간 담배사들은 대형 제약회사들에 금연에 좋은 니코틴 검이나 피부에 붙이는 금연 약 마케팅을 제한하도록 압력을 넣어왔다. 미의학협회지의 최근호에 따르면 말보로와 버지니아 슬림 제조사인 필립 모리스가 다우 케미컬을 어떻게 위협했는지 잘 나타나 있다. 필립 모리스는 다우의 자회사인 메릴 다우제약사가 니코틴 검 광고에서 담배에 부정적인 문구를 제거하지 않으면 담배를 촉촉하게 하는데 쓰이는 재료를 다우 케미컬로부터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업계는 지금도 이러한 마구잡이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뉴욕시가 식당 내 금연을 고려하고 있고 두 개의 식당 관련 잡지가 최근 뉴욕시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광고를 게재키로 했다. 그런데 이들 두 잡지의 편집장이 필립 모리스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금연캠페인 광고를 게재할 것이냐고 물으면서 은근히 "만일 광고를 게재하면 필립 모리스는 이들 잡지에 광고를 내지 않겠다"는 것은 암시했다. 결국 이들 편집장은 금연캠페인 광고를 추후 거절했다.

상황이 변하면 변할수록 담배회사들은 변화를 거부하려 든다. 특히 이들 담배회사들의 경영진에게는 담배를 피우다 죽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것이 더욱 우려할 만한 일이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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