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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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가 해결책이다

2002-08-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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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토마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인도에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다인종, 다종교, 다언어로 이뤄진 이 나라는 참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적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 이다. 일례로 방갈로어를 보자. 젊은 기술자들 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첨단 기술에 속하지만 오늘의 방갈로어를 가능케 한 것은 50년 간 인도가 해온 민주주의와 비종교적 교육, 그리고 15년의 경제 자유화다.

바로 국경 건너에 있는 파키스탄을 보라. 혈통이나 두뇌, 문화 유산으로 따지면 양쪽은 똑같다. 그러나 50년 간의 실패한 민주주의와 쿠데타, 강제 종교 교육은 3만개의 회교 학교(마드라사)와 코란밖에 모르며 비 회교도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찬 청소년을 양산했을 뿐이다.

지난 2월 구자라트 주의 힌두교 정부는 힌두교도의 회교도 학살을 부추겨 600명의 회교도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후 어떻게 됐는지 아는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혈 사태는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았다. 한 가지 이유는 힌두교도와 회교도가 오랜 세월 동안 한 마을에서 문화와 신앙을 공유하며 공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민주주의다. 자유로운 인도의 언론은 어떻게 힌두교 정부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폭동을 부추겼는지 금방 보도했다. 회교도 세력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중앙정부는 구자라트의 힌두교 정부와 거리를 뒀다. 회교도의 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민주주의일 뿐 아니라 비종교적 민주주의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회교도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인도에 민주주의가 없었다면 수많은 인종이 저마다 케익을 차지하려고 해 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라고 월간지 ‘회교 인도’의 편집장 시에드 샤하부딘은 말했다.

미국이 아랍과 회교권에 민주주의를 하라는 압력을 넣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로 크게 잘못된 것이다. 가장 회교도 소수계를 갖고 있는 인도가 숱한 경제적 불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알 카에다 요원도 배출하지 않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쟁을 한 1965년과 1971년 모두 파키스탄이 군부 치하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인도 제일 부자가 회교도 소프트웨어 개발업자인 반면 파키스탄 제일 부자는 독립이래 나라를 주도해 온 50대 봉건 가문 출신이란 점은 우연이 아니다. 회교권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동등하게 기도할 권리를 요구한 곳이 인도의 하이더라바드란 점도 우연이 아니다.

회교는 분노의 종교라고 흔히들 말한다. 나는 의견이 다르다. 독재 정권 치하에서 법치주의는 이뤄지지 않고 여성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으며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곳에 사는 수많은 회교도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인도가 세계에 주는 교훈은 회교도가 사는 정치 환경을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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