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담 이후의 이라크

2002-08-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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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마이클 루빈/ 뉴욕타임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공격 시기를 검토하는 동안 신문들은 이라크 전쟁 계획을 기사화하고 있다. 지난 주 전문가들은 연방 상원 청문회에 출석, 이라크를 재건하는 데는 20년 이상 걸릴 것이며 수십 억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 이라크 국민들은 과연 사담 이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쿠르드족이 관할하는 이라크 북부에서 9개월 간 교편을 잡은 적이 있다. 이곳은 지난 10년 간 미국과 영국 공군의 보호를 받으며 후세인 통제 밖에 있던 지역이다. 내가 가르친 500명의 학생 중에는 지역 엘리트의 자녀도 있고 반체제 인사 자녀도 있다. 일부는 쿠르드족이지만 투르크 족이나 아랍 족, 아시리아 족도 있다.

이들은 사담 치하에 있는 남부 이라크에 친척이 있으며 정기적으로 그곳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 도후크에 있는 동료 교수 중에는 사담 치하의 모술에서 통근하는 사람도 있다.
북부 이라크의 상업 도시 에브릴에는 이라크 각지에서 모여든 수니파와 시아파 회교도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아는 이라크 인들은 사담이 사라져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 북동부 술라이마니야의 한 대학 교수는 “서방 세계 사람들은 왜 우리가 사담 밑에서 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서방에서 말로만 사담을 규탄하고 그의 제거를 실천에 옮기지는 않을 것으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이라크 국민들로 하여금 사담이 없는 미래를 생각해 보게 만들고 있다. 전쟁과 독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인들은 개방적이다. 그들은 사담이 없어도 나라가 분열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아파든 수니파든 쿠르드족이든 아랍 족이든 그들은 자신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란과 전쟁을 한 한 시아파 베테랑은 “이란과 전쟁을 할 때 우리는 도망가지 않았다”며 “왜 이제 와 그러겠는가”고 반문했다.
대다수 쿠르드족은 이라크로부터의 독립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라크의 일부로 남아 있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이라크의 쿠르드족과 아랍 족이 연방제를 거론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라크 인들에게 연방제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1932년 독립 전부터 이 이야기가 나왔었다. 사담 자신도 1970년 바트당 부의장으로 있을 때 이를 지지했다. 후에 권력을 독점하고는 입장을 바꿨지만 1995년 요르단의 후세인 왕도 연방제가 최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방제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쿠르드족은 북쪽에 쿠르드 자치구, 가운데 수니파 자치구, 남쪽에 시아파 자치구로 이뤄진 연방을 원한다. 그러나 아랍과 투르코 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연방제는 종족 간 분쟁을 완화시킬 뿐 아니라 이라크 재건을 서방 정책 입안가가 생각하는 것보다 쉽게 할 수 있다. 연방제를 해도 중앙 정부가 국방과 외교 등은 맡게 될 것이다. 34년의 바트당 독재에 지친 이라크 국민들은 자유를 원하고 있다. 미국이 그들의 자유 쟁취를 돕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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