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춘, 왜 문제인가

2002-08-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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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멘터리21

▶ 박봉현 편집위원

일반 경제활동처럼 매춘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아래 굴러간다지만 매춘의 고리를 형성하는 윤락녀, 업주, 손님 등 3자는 이민사회를 오염시키는 ‘악의 축’이다. 연방수사국이 전국 8개 주에서 한인 30명을 체포하고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 ‘검은 비즈니스’가 새삼 핫 이슈로 불거지고 있다.


고교동창 둘이 밤 11시께 타운내 한 술집에 들어갔다. 스탠드바에서 맥주와 양주를 마신 뒤 ‘룸’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계속 술을 마시다가 새벽 1시께 동석했던 여 종업원들과 술집을 나와 ‘2차’로 향했다. 다운타운에서 장사하는 사람 넷이 맥주 집에 갔다. 룸에 설치된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며 한참을 마셔댔다. 파장 분위기에 술값을 지불하고 팁을 계산하면서 또 다른 흥정이 시작됐다. 결국 200달러로 낙착을 보았고 둘씩 짝지어 ‘제 갈길’을 갔다.

매춘은 누구든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어 풍토병처럼 사회전체에 번지기 쉽다. 매춘업소는 도처에 있다. 일부 업소는 마사지 팔러, 룸살롱, 데이팅업소, 지압소, 헬스클럽, 피부미용소 등 간판을 내걸고는 안에서 퇴폐영업을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해 업소 방문을 께름칙하게 여기는 손님을 위해 출장서비스도 서슴지 않으니 단속에 애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집이나 학교 근처에도 예외가 아니다. 합법영업을 가장한 한인 매춘업소가 LA에만 150여개이고 직업여성의 절반이 한인이란 경찰의 추산이니 한인사회의 이미지에도 이로울 게 없다. 몇몇 불법업소 때문에 대다수 준법 업소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판이다. 유사한 간판만 보고 "혹시 저기서도…" 하고 삐딱하게 보는 한인들이 더러 있으니 성실한 업소들의 볼멘소리도 이해할 만하다.

주택이나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버젓이 매춘장소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이웃 청소년들의 교육에도 독소를 뿜어대고 있다. 베란다에 낯선 남자들이 서성대는 모습을 보고 수상히 여긴 옆 아파트 주민이 신고해 ‘아파트 매춘’이 적발된 것은 매춘이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커뮤니티 차원에서 다뤄야 할 이슈임을 말해주고 있다.

매춘의 세계에서 인간의 존귀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납치, 감금, 구타 등 비인간적인 일은 그저 일상이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만지던 한 직업여성이 셀폰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이 여성은 "나 지금 미장원에 있어요" 라며 퉁명스럽게 답하고는 셀폰을 접었다.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감시자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내게도 사생활을 달라"는 주장은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다. 일부 매춘업주는 윤락여성들을 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모텔에 묶게 하고 현관을 지킨다. 영락없는 감금이다. 이들 여성이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온 것을 약점 잡아 노예처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한인 남녀가 본국서 온 직업여성을 LA 다운타운에서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 혐의로 체포된 것은 매춘업계에 행해지는 반인륜의 한 단면이다.

매춘은 매춘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약과의 관계는 실과 바늘의 관계와 흡사하다. 조직폭력과 ‘검은 돈’도 끼어 든다. 매춘업소를 급습한 경찰들이 출처 모를 거액의 현찰과 마약을 ‘패키지’로 압수했다 해도 전혀 이상하기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수그러들지 않는 게 매춘이다.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혹해서다. "수년 전 한인 공직자가 자신이 아는 술집 여종업원에게 매춘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했다"는 얘기가 한 때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다.
이 뿐 아니다.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현직 경찰에 성 상납과 뇌물공여를 서슴지 않을 만큼 대담해졌다. 한인업소 2곳과 경관이 이런 혐의로 체포된 게 바로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다. 수년 전 한인들이 로비를 위해 미국 정치인을 한국에 데려가 "잘 봐달라"며 매춘향응을 제공했다는 얘기는 주류언론에도 보도될 정도였다.

일부 윤락여성에게는 매춘업이 괜찮은 직업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연봉 10만달러’ 봉급쟁이와 비슷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액수만 따진다면 그럴 만도 하다. 쉽게 큰돈을 만지는 버릇이 들다 보니 사정이 어려워지더라도 시간당 7~8달러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온종일 고생하려 들지 않는다. 남의 땅에 와 땀흘려 일하는 대다수 한인들과는 도무지 맞지 않는 자세이다. 순진한 2세들이 ‘쉽게 돈버는 방법 중 하나’로 여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손님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선 가정을 파탄에 빠뜨릴 수 있고 잘 꾸려온 소중한 집을 풍비박산 낼 수 있다. 자녀에게도 소위 ‘령’이 서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은 물론 가정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세계 에이즈 감염자가 4,000만명 이상이라니 한번 실수가 통한의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일종의 거래인데 왜들 호들갑이냐"고 대들지 모르지만 인간의 몸 일부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피사의 사탑’보다 더 경도된 것이다. 정신이 피폐해지도록 방치하고 퇴폐문화를 안치하는 것과 진배없다.

매춘의 해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문제 중의 문제는 뾰족한 근절책이 없다는 점이다. 찾는 사람이 있으니 매춘업이 성행하는 것이다. 최선책은 없지만 그래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도 없다. 우선 매춘의 위험에 대한 계몽사업이 절실하다. 정기적으로 가두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 한인단체들이 앞장서면 효과가 있을 게다. 매춘을 조장하는 모든 홍보물을 억제하도록 촉구하고 청소년이 이들에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대한 현행 처벌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LA에서 매춘혐의로 적발된 한인여성은 40명이 넘는다. 한번 적발에 100~300달러의 벌금, 두 번 적발돼도 적정 벌금을 내고 나올 수 있다. 법규가 강화되도록 로비를 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찰의 말대로 음주운전보다 처벌이 훨씬 가벼우니 누가 겁을 내겠는가. 또 걸리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허위서류로 업소 이름을 바꿔 태연하게 장사를 하니 혀를 두를 일이다. 그러니 보다 강력한 처벌과 지속적인 단속이 절실하다. 한편 매춘에서 발을 끊지 못하는 중독자들은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국제사회의 ‘악의 축’ 제거에 혈안이 돼 있듯이, 우리는 커뮤니티의 ‘악의 축’ 제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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