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소년 성교육

2002-06-1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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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콕팍 초등학교 ‘성교육’ 들어보니...

▶ ’소녀에서 여성으로’ ‘소년에서 남성으로’

지금 40대나 50대를 넘긴 중년들은 성교육이란걸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여성들은 몹시 놀라고 당황하며 초경을 치렀다는 경험이 대부분이고 남자들은 거뭇거뭇 수염이 나기 시작할 때 괜히 친구들 앞에서 으스대며 어른이 됐던 순진한 추억이 아련하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은 전혀 다르다. TV, 영화, 인터넷에 섹스물이 범람하는 시대라 초등학교 시절 이미 다 알게 되는 것은 물론, 학교의 성교육 클래스를 통해 성에 관한 기본 지식을 충분히 배우고 어른이 된다. 미국학교에서는 보통 중학교 진학을 앞둔 5학년때 첫 성교육을 실시한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최근 열린 행콕팍 초등학교 5학년생들의 섹스 에듀케이션 클래스를 참관했다. 여학생, 남학생 따로 각 45분씩 실시된 클래스의 내용과 미국 청소년들의 성교육 실태를 소개한다.


삼삼오오 킥킥대는 소녀들과 연방 까불고 떠드는 소년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강당에 모여들었다. 조숙한 요즘 아이들은 10~11세인 5학년이면 벌써 처녀티, 총각티가 나기도 해서 강당은 금새 몸집과 표정이 다른 여러 아이들로 가득 찬다.

성교육 클래스의 강사는 양호실 간호사인 이사벨리타 무티아.


들떠서 소란스런 아이들을 가라앉히고 준비해온 자료를 돌린다. 여학생 시간엔 여성의 생식기관을 그린 종이를, 남학생 시간엔 남성의 생식기능을 보여주는 종이를 나눠준다. 이때부터 ‘징그럽다’는 표정이 역력한 아이들은 강사가 각 생식기관의 이름과 기능을 설명할 때마다 더욱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때로 ‘우~’ 소리를 내며 웃기도 하지만, 딴 짓 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

강사는 사춘기(puberty) 이후 겪는 갖가지 신체적, 정서적 변화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임신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아울러 이것은 모두 정상적인 과정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이 시기에 주의해야할 점등도 알려준다.

다음은 ‘성장 비디오’(Growth Video)의 관람. 약 15분 길이로 만들어진 이 비디오는 ‘소녀에서 여성으로’(Girl to Woman)란 제목의 여학생용과 ‘소년에서 남성으로’(Boy to Man)란 남학생용의 두 종류로 만들어져 있는데 또래의 소년과 소녀들이 출연해 직접 경험하는 신체적, 감정적 변화를 연기함으로써 생리적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비디오 관람이 끝나면 강사는 전체 내용을 다시 간단하게 요약 설명한 후 다음과 같은 주의를 준다.

"소녀가 생리를 시작하고 소년이 정액을 분비하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임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러분은 아직 성적인 접촉을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몸은 준비됐지만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여러분의 엄마(아빠)도, 언니(형)도, 선생님도 모두 겪은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 시간. 한 소년이 손을 들고 묻는다. "섹스를 하면 어떤 기분인가요?" 짓궂은 질문이 아니라 정말 궁금한 표정이다. 난처한 강사는 "집에 가서 부모에게 물어 보라"며 ‘위기’를 넘기고 클래스를 종료했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홍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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