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얘기의 주인공은 David 이다. David 은 3년간 내가 가르치던 학생이고, 바로 지난 주에 만 일곱살이 된 아이이다.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더니 요즘 들어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로부터 한국말 배우는 재미가 들어서 가끔씩 한두마디 한국말도 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다.
이 아이는 연습도 많이 하는 편이고, 숙제를 내 주면 꼬박꼬박 성실하게 하고 이해도 빠른 편이다. 그래서 또래의 다른 아이들 보다 진도도 빨리 나가게 되는데, 문제는 데이빗의 손이 나이에 비해 작아서 6도 이상을 못 잡으니까, 수준에 맞는 곡을 칠 때 큰 코드가 나오면 무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도 코드의 음을 바꿔주고, Octave 를 쳐야 할 때는 베이스 음만 치고 하는 식으로 해 나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데이빗에게는 그러한 상황이 항상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피아노를 가르치다 보면 이렇게 지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성숙하고 연습도 충실히 하는 학생이 육체적으로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그 반대로 훌륭한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을 못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살아가면서 부닥치게 되는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모든 것을 다 갖춘 학생을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루는 데이빗이, “새라, 난 언제 손이 자라서 이런 큰 소리 나는 코드들을 치죠?” 라고 시무룩하게 묻기에, “걱정하지마. 너도 모르는 새에 금방 손이 자랄거야. 그리고, 나만해도 손이 작아서 못 치는 코드들이 있는걸. 피아노를 위해 작곡 된 곡들 중에는 아주 손이 큰 남자들에게 맞춰서 작곡된 곡들이 있기 때문에, 몇몇을 빼고는 한 번에 칠 수 없는 코드들이 많아. 그러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대신 너는 그 짧은 손가락으로 섬세한 음을 아주 예쁘게 잘 칠 수 있잖아.” 했더니, “새라도 못 치는 코드가 있어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하.. 그럼, 물론이지. 어떤 작곡가는 일부러 장난으로 아무도 칠 수 없는 11음 짜리 코드를 악보에 그린 적이 있어. 사람 손가락은 열갠데, 열 한음을 피아노 건반상으로 좌악 퍼뜨려 놓고는 아무도 못 치는걸 재미있어 했었대.” 하고 말해주었더니, “어? 그럼 아무도 그걸 못 쳐요?” 하며 데이빗은 매우 흥미로워 하였다.
“응. 바로 이런 식이었는데... 도저히 열 한 음을 다 못 치게 그려놓고는, 그 작곡가는 이걸 쳤대.” 하고 말하자, 데이빗은 금방 “어떻게요?” 하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그런 데이빗이 귀여워서 얼굴에 함빡 웃음을 머금은 채로 “이렇게 열 음을 손가락으로 치고, 가운데 음은 코로 쳤다는거야... 하하하.. 장난끼가 참 많은 작곡가지?... 하하하..” 하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데, 같이 웃으며 재미있어 하고 말 줄 알았던 데이빗이, “아... 그런 수가 있구나. 새라, 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라고 말했다. 내가 궁금해하며 “뭔데?” 하고 묻자, 데이빗은 기다렸다는 듯이, penis 가 딱딱해졌을 때, 일어서서 가운데 음을 penis 로 치면 되잖아요.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스스로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의 상상력의 한도를 벗어나도 너무 한참 벗어난 대답에 난 할 말을 잊고 금새 대꾸해 줄 수 없었다. 무안하기도 하고, 얼굴도 화끈거리고, 당황스럽고.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목소리를 가다듬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저 “아..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나는 할 수 없겠는걸... 하하하...” 정도였다.
그리고는 괜시리 어색한 웃음만 계속 웃으며 데이빗에게 말하였다.
“자...이제 피아노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