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라파트 다루는 법

2002-04-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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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대니얼 파이프/LA타임스

부시 대통령은 4일 200년의 미대통령 발언사에서 가장 모순되는 발언을 했다. 편의상 ‘발언A’와 ‘발언B’로 나누자. 발언A에서 부시는 아라파트가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를 행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부시는 이스라엘의 대응을 정당한 자위권 발동으로 해석했고 자신이 이스라엘의 확고한 친구임을 천명했다. 한마디로 아라파트를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을 지지한 것이다.

발언B에서 부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테러를 종식시켜줄 것을 촉구함으로써 아라파트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제공했다. 테러를 발본색원하려는 이스라엘의 최근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대신 놀랍게도 이스라엘 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그리고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고 정치 경제적으로 생존력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건설하도록 도우라고 했다. 결국 아라파트를 지지하면서 이스라엘을 비난한 것이다.

이같은 모순은 두 가지 실수에서 비롯됐다. 하나는 아라파트에 개전의 정이 있다는 믿는 미국의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테러의 진정한 목적이 이스라엘과의 휴전협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존립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임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중동에 파견한 것은 별 기대할 게 못된다. 부시는 이스라엘을 지원하지만 동시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해 피상적이고 나아가 역효과를 낼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이 할 일은 딱 하나다. 이스라엘로 하여금 테러근절 군사행동을 독려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랍과 이스라엘 갈등을 해소하는 도덕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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