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의 마지막 기회

2002-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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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LA 타임스 사설)

북한이 중무장한 휴전선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막대한 원조를 해주고 있는 한국 정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평양에서 다음 주 열릴 예정인 이번 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금년 말 선거에서 경제적 난관에 처한 북한을 망하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간단한 선택 같지만 과거 북한은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일이 종종 있다.

북한의 국내 정책은 수십 년 간 일관성 있게 탄압 위주였다. 그러나 외교 정책은 갈팡질팡해 왔다. 1950년 남침에서 1990년대 말까지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한국의 우방에게 용서할 수 없는 적이었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몰락하고 국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게 되자 문호를 조금 개방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평양을 방문했으며 수개월 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그 후 사태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은 답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산 가족 상봉은 1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국제 원자력 기구는 핵 발 의혹이 있는 모든 지역을 사찰할 수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연두 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 국가의 하나로 집어넣었다.


그러나 3만7,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을 방문하면서 부시는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목표가 평화라고 말했다. 한반도 긴장완화 공로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탄 김대중 대통령의 목표도 그것이다. 그러나 그는 임기제한으로 올해를 마지막으로 물러나야 한다. 북한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의 비협조적 자세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 한국민은 평양에 덜 우호적인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게 될 것이다.

수입을 가져다 주는 한국민의 북한 관광을 유도하는 것이 북한에게도 이익이다. 휴전선에서 인민군을 철수케 하는 것은 한미 양국의 이익이다. 한미일 3국은 북한에 식량과 기름 등 수십억달러의 원조를 했다. 그 대가로 평양은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핵사찰을 수용하며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고 답방을 해야 함에도 이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정일이 다음 주 열릴 회담에서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상당기간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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