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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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오스카

2002-03-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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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USA 투데이 사설)

할리웃 연예계에게 월요일은 자축의 날이었다. 지난 일요일까지 73년의 아카데미 역사상 주연 상을 탄 흑인은 단 한 명이었다. 그나마 그것도 38년 전 일이다. 그러나 이 그 숫자는 3명으로 늘어났다. 홀 베리가 여우주연상, 덴젤 워싱턴이 남우주연상을 받음으로써 오스카상을 받은 흑인 수는 6명에서 8명으로 33% 늘어나게 됐다.

낙관론자에게 그것은 할리웃이 마침내 인종 차별과 스테레오 타이핑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역사에서 탈피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역사 전체가 그렇지만 아직도 탈피해야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

1903년 흑인 주인공이 처음 출연한 영화의 하나인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는 백인이 톰 역할을 맡았다. 1915년 나온 첫 에픽 필름 ‘국가의 탄생’에서는 흑인 탄압을 정당화하고 KKK 단에게 찬사를 보냈다.


픽션과 넌픽션을 막론하고 수십 년 동안 소수계 주인공들은 백인이 분장하고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으며 흑인이 나올 때는 별 볼일 없는 역을 맡아 일부 지역에 배포될 때는 아예 삭제되는 일까지 있었다. 올해에도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시의 원래 아내는 엘살바도르 사람인데도 제니퍼 코널리에게 그 역이 맡겨졌다.

흑인으로 첫 아카데미상을 받은 해티 맥대니얼은 자기가 묻히고 싶은 곳에 묻히지도 못했다.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그녀였지만 배우 묘지는 백인 전용이라는 이유로 딴 곳에 매장돼야 했다.

반가운 소식은 베리와 워싱턴의 연기가 인정을 받았다는 것뿐이 아니라 워싱턴이 맡은 역할은 어떤 인종도 할 수 있었던 역할이었다는 점이다. 느리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느리다. 최근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연기자 이외의 영화계 종사 소수계 수는 너무도 작다.

‘할리웃 만세’라는 자화자찬용 노래가 1938년 나왔었다. 정말 베리와 워싱턴 만세다. 그러나 2002년의 할리웃과 할리웃이 묘사한다는 다양한 미국 사이에는 아직도 부끄러운 간극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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