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UCLA의 연구팀이 재미있는 임상실험을 하였다. 정신병 중에서 가장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정신분열증 환자, 그 중에서도 증상이 심하여서 정신과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퇴원한 이후에, 이들의 재입원율을 조사해 보는 실험이었다. 그런데 특히 이들 환자들과 가족간의 관계, 그 중에서도 "얼마나 환자와 기타 가족들 사이에 정(情)이 많은가?"를 조사한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 1세들은 "별 어처구니없는 실험도 다 있네"라고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의 미풍양속에 따르면 심한 병에 걸린 환자일수록,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조건 없는 희생을 통해서,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쾌유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실험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너무나 가족들이 환자에게 관심을 집중하여서 병의 진전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재발율이 높아지고, 재입원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에 반해서 환자의 병상 차도에 대해서 너무 심한 감정을 보이지 않는, 그러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평상감을 유지해주는 정이 조금 부족한 듯한 가정(Low-Emotion Family)의 환자는 재입원하는 율이 낮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역설적인 듯한 이 현상, 즉 High Emotion Family는 정이 넘쳐흘러서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환자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거나 되돌려 줄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얼마나 큰짐이 되겠는가?
게다가 감정(Emotion)처럼 ‘설명할 수 없고, 주체할 수도 없고, 더욱이나 시간 관념도 없는’ 강한 힘이 어디에 있겠는가? 비록 정신분열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부모나 배우자들의 지나친 다정(多情)은, 받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고 싶은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상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울증이 심하거나 청소년기의 상처받기 쉬운 우리 아이들을 우리 자신의 [다듬어지지 않은 정]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