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톨릭 교회와 아동

2002-03-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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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리처드 코언/워싱턴포스트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놀랄 일이다. 우선 성추행 건수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보스턴의 한 신부가 130명의 어린이를 성추행했다는 혐의 자체가 경악케 한다.
그리고 보스턴 교구에서만 지난 40년간 80여명의 사제가 아동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곳뿐 아니다. 팜 비치의 주교가 성당에서 봉사하던 틴에이저를 추행했다는 점을 시인하고 사직한 것도 좋은 예다.

실제 아동 성추행이 이보다 더 확산돼 있을 개연성이 높다. 교회가 이를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공립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를 장본인인 사제가 다른 교구로 옮겨져 버젓이 목회를 하도록 허용하는 교회의 지나친 관용이다.

그동안 교회는 피해 당사자들과 은밀한 합의로 사안을 마무리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교회는 사제가 아동들에게 행한 부정한 짓보다 사제 자체를 더 소중히 여겨왔다는 점을 부인키 어려운 사건이 이번에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모든 것을 잊겠지만 사제는 파멸할 것을 염려한 때문인지 모른다.

뉴욕지역 5개 교구가 아동 성추행 혐의에 대한 사안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고 다른 교구에서도 이를 따르고 있지만 교회의 자체 조사를 신뢰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보스턴 교구의 버나드 로 추기경은 물러나야 한다. 교황청도 이번 일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교회 머리부터 썩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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