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셀폰운전과 음주운전

2002-03-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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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론트라인>

▶ 박봉현 편집위원

주말 대낮 한인타운 놀만디 애비뉴와 8가 교차로 부근. 1차선에서 승용차 한 대가 달리고 2차선에선 트럭이 나란히 전진하고 있었다. 1차선의 승용차가 웬일인지 서서히 오른쪽으로 기울더니 2차선의 트럭 운전석 부분과 접촉하려 했다. 두 차량이 부딪치기 일보 직전에 트럭 운전자가 이를 알아채고 경적을 두 번 울렸고 승용차 운전자는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 위기를 모면했다. 이 운전자는 오른손에 셀폰을 들고 통화중이었다.

’위험한 운전’을 꼽으라면 단연 음주운전이다. ‘교통사고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음주운전만큼 센세이셔널하진 않지만 새로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셀폰운전이다. ‘운전 중 딴 짓’으로 인한 사고가 매년 2만8,000여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셀폰운전도 1.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미미한 수치지만 전국에서 1억1,500만여명이 셀폰을 사용하고 있고 그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니 셀폰운전과 교통사고의 상관지수는 상승곡선을 그릴 공산이 크다.

’위험한 운전’은 정상적인 자세가 방해받을 때 나타난다. 술에 취하면 중심 잡기가 곤란해진다. 전화를 걸기 위해 셀폰을 들고 상대방의 번호를 누르는 동작이 짧고 손에 들고도 얼마든지 핸들을 조작할 수 있다지만 100% 안전운전은 아니다. 자동입력이 안된 번호와 연결할 땐 더욱 그렇다. 사고는 순간의 실수로 빚어지기 일쑤이니 셀폰운전이 안고 있는 문제임엔 틀림없다.


사고는 판단력이 흐려질 때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다. 술을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체내 알콜 농도가 짙을수록 그 도를 더해간다. 두 손이 운전대 위에 놓여 있지만 휠 얼라이먼트를 하지 않은 차량처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쏠린다. 셀폰운전 중엔 음주운전과 같이 몽롱한 현상은 없겠지만 사업상 중요한 대화를 나누거나 심하게 다퉈 흥분하면 안전운전에 필수인 판단력이 급강하하게 된다. 손을 대지 않고 통화하는 ‘핸즈 프리’ 셀폰이 등장했지만 운전자를 산만하게 한다는 점에선 별반 다르지 않다.

운전시간과 반복성도 사고와 떼 놓을 수 없는 요소다. 술을 마시고 1시간 이상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은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웅변하고 있다. 셀폰운전을 이 점에서 한결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운전 중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연성을 감안하면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느긋함은 안전운전을 깨는 복병이다. 음주 운전자는 적발될까 두려워 가능한 한 정신을 차리고 조심한다. 운전대를 힘있게 잡고 앞을 똑바로 보고 달린다. 입에서 술 냄새가 많이 새나오지 않도록 커피를 마시거나 껌을 씹는다. 그래도 졸음이 쏟아지면 얼굴을 꼬집거나 뺨을 때린다. 어느 정도 ‘무장’은 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셀폰 운전자에겐 이런 ‘임전태세’가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마음이 이완돼 있으니 방비가 덜 돼 있음은 당연하다.

사회적 반향도 셀폰운전에는 되레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음주운전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과 같은 단체의 운동이 아직은 셀폰운전을 매섭게 몰아치지는 않고 있다. 음주운전자는 ‘문제아’로 그려지지만 셀폰 운전자들은 그 정도로 취급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셀폰 운전자들의 마음가짐이 느슨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만취하거나 운전이 힘든 운전자는 동시픽업이나 지명운전자의 도움을 받지만 셀폰 운전자에게 이같은 제의를 하면 미친 사람 보듯 눈을 내리깔 것이다. 자신만만한 것이 반대로 화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운전자의 성향을 단순비교 해도 셀폰운전의 위험을 경계해야 함을 알 수 있다. 혈기방장한 젊은 운전자들은 곧잘 과속운전을 즐긴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셀폰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서 과속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요즘엔 운전하는 노부모의 안전을 염려한 자녀들이 비상용으로 셀폰을 사드리는 경우가 있다. 가뜩이나 반사신경이 무딘 노인 운전자들이 셀폰을 사용하다 사고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셀폰운전을 하다 적발돼 ‘위험한 운전’ 티켓을 받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셀폰운전을 금지하고 있는 뉴욕에 이어 캘리포니아 주하원에 2004년부터 셀폰운전을 금지하자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법이 아니더라도 셀폰운전이 위험한 것은 분명하다. 셀폰을 사용하려면 차를 세우거나, 불가피할 경우 용건만 간단히 하는 게 적발과 사고를 피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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