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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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희생과 총기 희생

2002-03-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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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9·11 테러사건 이후 미 전역에 총기판매가 급증했다. 더 많은 사람이 탄저균에 죽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많은 사람이 늘어난 총기에 의해 목숨을 잃을 것이란 점이다. 연방수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테러이후 6개월간 총기구입과 관련한 신원조회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만5,000건이나 증가했다. 휴대용 총기와 관련한 신원조회 건수는 13만건이나 급증했다.

캠퍼스도 예외가 아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여대생들까지 스미스&웨슨 9밀리 반자동 권총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놀라운 변화이다. 여권운동에 열성적인 이들 여학생들은 자기방어 수단을 확실히 챙기는 것도 여권보호 및 신장과 유관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여성단체들은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탈레반처럼 여성의 안전에 무신경한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나설 정도다.

총기가 많을수록 총기절도가 늘고 권총강도는 물론 자살과 살인이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 입증됐다. 일본은 총기소지를 50여명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총기밀수가 있긴 하지만 지난 99년 총기로 인한 살인과 자살은 28건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2000년 2만6,800명이 총기로 사망했다.

대부분 총기가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있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기증가와 살인, 자살 증가를 무관하게 보는 것은 옳지 않은 논리다. 테러사건 이후 총기판매가 증가한 데 대한 우려가 정당하다. 테러이후 총기로 숨진 사람이 테러희생자보다 4배 이상 많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별로 부각되지 않아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총기를 구입한다지만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총기로 사망할 것이란 예상은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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