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적수 만난 데이비스

2002-03-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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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댄 쉬너/LA타임스 기고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공화당 주지사 예선에서 정교한 전략으로 가장 위협적이라 생각된 후보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데이비스가 리처드 리오단 전 LA시장을 잡으려고 1,000만달러를 투입해 목적을 달성한 듯 싶지만 과연 그의 재선이 보장된 것일까.

데이비스는 벌써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빌 사이먼의 낙태에 견해를 물고늘어지고 있다. 낙태반대를 주창하는 사이먼을 이념적 극단주의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큰 흐름에서 비켜간 생각이라고 논박하고 있다.

데이비스가 지난 98년 낙태 이슈로 주지사에 당선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지난 4년간 상황은 많이 변했다. 당시처럼 경기가 좋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던 주정부 재정 적자, 에너지 위기 등이 악재로 데이비스 재선가도에 장애물로 자리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낙태가 당락을 좌우할 유일한 이슈가 아님을 말이다.


이번 선거가 낙태와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선거라면 데이비스의 재선을 불문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이 불경기, 전력위기, 재정적자 등 주요 현안에 초점을 맞추면 차기 주지사는 바로 그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데이비스는 워낙 노련한 정치인이고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데이비스가 자신만만해 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10여년 전 피트 윌슨 전주지사가 재선에 나왔을 때 불거져 나온 예산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고배를 마신 것을 상기해야 한다. 적자보건을 위해 증세조치를 취한다면 유권자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한편 사이먼은 낙태보다는 경제문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데이비스는 상대의 약점을 부각시켜 치명상을 입히는 데 능숙한 정치인이다. 이번에도 그럴 요량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경제, 재정, 에너지 위기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돌릴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사이먼은 데이비스가 낙태문제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주지사 재임 중 자신이 저지른 실정을 덮어버리려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든 유권자에게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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