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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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방인가 적인가

2002-02-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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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로스 테릴/ 뉴욕타임스)

부시 대통령은 대만과 미사일 방위체제, 미 정찰기 충돌건 등 여러 문제에 관해 대 중국 강경노선을 취해 왔다. 그럼에도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우연인가 아니면 미중 관계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인가.

30년 전 이번 주 닉슨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그가 원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련 견제세력을 얻는 것이었고 하나는 베트남에서의 철군이었다. 그는 결국 두 가지 모두를 얻어냈다. 72년 정상회담 이전까지 중국은 대만 문제에만 집착해 왔다.

그러나 회담 중 모택동은 "대만이 아니라 국제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해 미국 측을 놀라게 했다. 닉슨이 중국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배운 것은 현실을 바꿀 수 없을 때는 그들도 양보를 한다는 사실이다.


냉전이 끝난 이후 중국은 미국과의 의제를 주도해 왔다. 클린턴 행정부는 베이징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대만 문제를 뒷전에 방치했다. 미국정부를 "히틀러 같은 정권"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중국은 연 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비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두 차례에 걸친 미중 정상 회담에서 클린턴은 중국을 미국과 동등하게 대우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국이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신쟝과 티벳에서의 비민주적 정책에 대한 호감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탈레반 정권은 신쟝에서의 회교분리 독립운동을 지지했다. 중국이 탈레반 붕괴를 지지한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자유의 적과의 싸움으로 보지만 중국은 이를 중국의 통일과 권위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본다. 닉슨은 "국가의 정치철학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대만이 민주화를 이룩하고 유럽에서 공산주의가 사라진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다음 중국의 드라마는 대외관계가 아니라 국내 문제에서 벌어질 것이다. 시장과 레닌주의라는 양립할 수 없는 요소가 언제까지나 공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나 테러가 아니라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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