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의 올바른 결정

2002-0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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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토마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유럽 언론 보도를 읽어보면 유럽인들이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부시는 이란과 이라크, 북한이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유럽인들은 럼스펠드와 체니, 콘돌리자 라이스가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럽 연맹의 외교정책 수장격인 크리스 패튼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절대주의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하며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발언"이라며 유럽은 부시의 일방주의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부시가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나라들을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데는 동의한다. 미국이 모든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한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발언은 환영해야 한다. 부시의 비판자들은 부시 발언의 키포인트를 읽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9·11사태가 미국이 테러 억지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미국을 상대로 테러행각을 벌여온 집단에 대한 응징을 포기했다.

1983년 4월 베이루트 미 대사관에 대한 자살공격과 몇달 후 해병대 기지 자살공격, TWA 납치, 사우디아라비아 코바르타워 미군 공격, 동아프리카 미 대사관 공격, 예멘의 USS 코울 공격 등 수많은 테러가 이어졌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적들이 미국을 점점 더 우습게 보고 테러리스트와 이들을 보호한 정권은 미국이 유약한 상대라고 생각한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항상 우리가 유럽 여론에 따라 대화와 협상 창구로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 결과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렀다.

터키 한 마리를 도둑 맞은 베두인 족장 이야기가 있다. 몸보신하려고 베두인 족장이 키우던 터키를 도둑맞았다. 족장이 아들에게 범인을 잡으라고 말했지만 ‘그 까짓 것’ 하며 그냥 넘어갔다. 한 달 후에는 낙타를 도난 당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갔다. 몇 주 후에는 족장의 딸이 강간당했다. 그러자 족장이 말했다. "터키를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사람들이 터키를 훔치고도 괜찮은 것을 보고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미국이 꼭 그 족장 꼴이다. 20년간 터키를 도난 당하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유럽인들은 군사행동에 반대하지만 그 대안이 뭔지 물어보자. 사담보다 더 흉악한 그의 아들 우다이가 파리를 때릴 수 있는 미사일을 갖게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인가.

악의 축 발언이 생각이 부족한 지는 몰라도 미국이 무식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알렸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미국이 적들에 대한 응징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길만이 잃어버린 터키를 돌려 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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