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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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가혹 행위

2002-0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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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리처드 코언/ 워싱턴 포스트)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아프가니스탄 임시정부에 우호적인 우루즈간 마을 주민들이 미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주민 21명이 사망했고 27명이 포로로 잡혔다. 그들은 폭행 당한 후 ‘새장’에 갇혔다.
아프간 전쟁의 성공 뒤에 가려진 추한 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잘못 알고 엉뚱한 마을 폭격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해 잡은 포로들을 학대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그 사건을 취재하려는 기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군이 이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자와르 마을 인근에서 취재를 하던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미군으로부터 "작전 지역이니 떠나라. 그러지 않으면 사살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자와르는 미군의 프레디터 무인 정찰기가 알 카에다 고위 인사가 이동하는 것을 포착하고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곳이다. 이중 오사마 빈 라덴도 있는 것으로 추측됐으나 마을 사람들은 공격당한 것은 마을 주민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정당한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의 생명을 위협한 미군은 누구란 말인가. 누가 그에게 그런 권한을 줬는가. 그게 국방부의 정책인가.


전쟁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전투가 벌어져 모두가 긴장해 있는 상황이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호적인 아프간 주민을 잡아놓고 무차별 구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그중 일부는 미군이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려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인 탈레반 존 워커 린드의 변호사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워커가 체포된 후 발가벗겨져 손발이 묶인 후 금속 컨테이너에 구금됐다는 것이다. 린드를 동정할 마음은 없지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지켜야 한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거만하게 외교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정책이 발표됐다가는 갑자기 취소된다. 군사 법정에 세우겠다던 린드를 민간 법정에서 기소하는가 하면 포로들에게 제네바 협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느닷없이 입장을 바꾼다.

알 카에다와의 전쟁은 무고한 미국인 인명을 앗아간 데 대한 복수전이지만 미국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기도 하다. 고문과 오만은 미국적 가치에 포함돼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는 한 쪽 주장이다. 그러나 일리 있는 주장이며 조사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월남전 때 미라이 학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악과 싸운다고 악과 닮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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