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

2002-0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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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마이클 오핸론/뉴욕타임스 기고

부시 대통령은 새해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뭉뚱그려 테러리스트와 연계된 ‘악의 축’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들 국가들에 대해 미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부시가 이들 나라와 테러리스트 그룹을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들의 차이를 식별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안보를 해치는 결과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북한과 제왕적 지도자인 김정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북한은 군사력이 강하고 위협적이며 북한 주민들은 과도한 군비지출로 인해 극심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과는 다르다. 우리가 잘만하면 우리는 북한과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

부시 정권 출범 이전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 있었던 긍정적인 일들을 생각해 보자. 지난 94년까지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여겨 잔뜩 긴장했었다. 98년에는 북한이 3단계 미사일을 일본 상공으로 쏘았으며 미중앙정보국에 따르면 북한은 대량 살상무기를 탑재해 미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탄 개발을 앞두고 있다는 정보까지 거론됐었다.


하지만 2000년 말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노력으로 인해 북한의 핵 개발 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이 허용됐고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경수로 건설을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를 이뤘었다.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무역제재를 풀고 외교접촉을 재개하는 등 변화를 도출했었다.

또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화해무드가 조성됐었다.
최근 수년간 테러리즘에 대한 북한의 지지는 급감했으며 북한이 실제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물론 북한은 군사력 증강에 국력을 집중해 왔고 10년 전보다 소량이긴 하지만 지금도 미사일 등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경제는 엉망이면서 은밀히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할 것인가.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이나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부시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위협적인 발언은 정책이랄 수 없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높일 뿐이다. 미국과 우방국들은 북한이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중국식 개발 모델과 비슷한 경제개혁을 시도하려 한다면, 북한 경제를 변화시키는 일을 순수한 의도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부시 정권이 해선 안될 일은 김정일을 사담 후세인이나 물라 오마르처럼 대우하는 것이다. 김정일이 문제 있는 지도자라 하더라도 그는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잘만 하면 김정일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무력에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다. 방한을 앞둔 부시는 당근과 채찍을 겸비한 외교정책을 구사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란 점은 지난 수년간 외교관계가 입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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