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공한 집권 1년

2002-01-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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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로버트 바틀리. 월 스트릿 저널)

1년 간의 재임기간 동안 부시 대통령은 통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보여줬다. 언론을 통해 소개된 그의 모습은 대통령 자격이 없는 멍청이였다. 그러나 이제 그는 최근 나타난 인물 중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9·11 테러가 그에게 지도자적 자질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는 국민을 단합하고 21세기 새 세계 질서를 이룩하는 첫 발을 내디뎠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통해 부시 행정부는 위에서 아래까지 유능함을 과시했다. 퇴물로 조롱받던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TV 수퍼스타가 됐다.

고어와의 세 번에 걸친 토론에서 부시는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플로리다 재검표 소동에서도 부시는 짐 베이커와 테드 올슨 같은 능력 있는 참모들을 발탁한 후 업무 처리를 전폭적으로 맡기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는 큰 주의 주지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닦았다. 하버드와 예일을 나온 그는 첫 MBA 출신 대통령이다. 텍사스 레인저 구단주로서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성공 못지 않게 실패도 그를 단련했다. 석유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고 알콜에 중독됐으나 신앙의 힘으로 극복했다.
이런 경험이 텍사스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하는 멕시컨 노동자들을 보다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ABM 협정과 교토 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은 이를 통해 얻은 자신감이 하는 바탕이 됐다. 국내 현안으로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던 소셜 시큐리티 문제를 다루고도 살아남았다. 지금까지 국무부의 기둥이던 아라파트를 버릴 것이란 뉴스도 나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은 그가 워싱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부시가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아이젠하워의 예가 보여주듯 말 잘 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이 그의 주 관심사겠지만 그의 능력의 마지막 시험대는 이라크다. 사담 후세인이 그대로 권좌에 남아 있는 한 테러와의 전쟁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아직 아프간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지금 사담을 상대하는 것은 이르다.

국내 문제를 돌아보면 경기는 이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부양이 아니라 투자와 저축을 장려해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다. 소셜 시큐리티를 개혁해 장기적으로 충분한 은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지난 1년 간 이룩한 업적을 보면 그에게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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