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 대통령의 모먼트

2002-01-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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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뉴욕타임스 사설)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은 미국의 현 상황이 어떤가보다 부시 대통령의 자신감을 더 잘 보여줬다. 1년 전은 물론이고 불과 6개월 전까지 만도 부시가 이처럼 현대사에 유례 없을 정도로 폭넓은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테러와의 전쟁을 지휘하며 보여준 모습은 미 국민들에게 그의 성격과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 넣어 줬다. 연방 의회도 보통 때보다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부시는 국정연설에서 밝힌 보다 험난한 정책 변경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정치적 자본을 축적했다.

부시는 힘차고 세련된 연설을 통해 미 국민들이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해 나갈 것을 독려했다.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이고 둘째는 국내 안전이며 셋째는 경기 회복이다. 국민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것은 부시가 해외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까 하는 점이다.
그는 북한과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못박고 그들이 미국을 위협할 생화학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할 때까지 미국은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들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이들에게 경고 장을 보내는 것보다는 어려운 일이다.

부시는 연방 의회에 20년 내 최대 규모의 국방 예산 증액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방 예산 증액은 부시가 정치적 자본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분야이다. 국내 안전 문제는 이번 연설의 핵심이다. 불과 한 달 전 부시는 의회에 본토 방위 목적으로 책정된 것보다 한 푼도 쓰지 말 것을 촉구했었으나 이제는 이를 2배 늘릴 것을 제안했다. 이 분야에 관한 한 의회는 대통령보다 더 많은 돈을 쓰려 할지 모른다.


경제적 문제에서 부시는 실망스러웠다. ‘경제 안보’라는 이름으로 감세를 확대하고 영구화하자는 공화당 극우파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의회는 부시 행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했을 때 숫자가 제대로 맞는 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부시는 열정적으로 국민들에게 자원 봉사를 확대할 것을 호소했으며 경기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동정을 표시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9·11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영웅들에 대한 경의를 표시함으로써 부시는 레이건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자처했다. 부시는 국방과 국내 안전을 위해 예산을 늘리고도 세금을 깎을 수 있을 것처럼 말했다. 경제가 회복된다면 국민들은 그를 따를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어려운 선택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진정한 테스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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