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본주의 대안 없나

2002-01-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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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빗 로트코프/ 워싱턴 포스트)

지금 세계 어디에선가는 제2의 마르크스가 숨어 있다. 그는 공산주의자는 아닐 것이며 영국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던 독일인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제3세계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미국 자본주의에 필적할 체제를 만들어낼 기회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 사람은 경제 파탄에 직면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일수도 있고 세계 무역 센터 붕괴를 축하한 팔레스타인일 수도 있다. 혹은 오사마 빈 라덴을 지지하는 인도네시아 사람일 수도 있고 ‘시장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북경시민일 수도 있다.

그가 어느 지역에서 나올 지는 모르나 미국의 체제에 도전하는 비전을 제시하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류 역사상 한 가지 세계관이 도전 받지 않고 오래 지속된 예는 없었다. 로마도 망했고 왕권 신수설도 무너졌으며 막강하던 대영제국도 쓰러졌다. 미국식 체제가 최고라는 오만이 바로 그 몰락을 재촉할 것이다.

냉전의 끝은 역사의 끝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의 끝일뿐이다. 미국 체제에 불만을 가진 것은 세계 가난한 나라 사람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우방들도 일방주의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은 필요할 때만 우방을 이용하고 그 다음에는 버린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부의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한 마르크스 같이 위험한 사상을 전파하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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