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망가라, 오사마"

2002-01-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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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토마스 프리드먼/뉴욕타임스 칼럼

카불에서 돌아오던 길에 파키스탄, 벨기에, 영국을 들러 모슬렘 언론인, 커뮤니티 지도자, 사업가 등 인사들을 많이 만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오사마 빈 라덴이 죄를 지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는 뉴욕 테러를 기뻐하는 빈 라덴의 비디오 테입이 미국의 조작이라고 믿는 사람, 미국이 테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음에도 방치한 의혹을 품는 사람 등 다양했다. 9·11 참사 이후 이들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놓는 것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랍세계와 미국간에 놓인 오해의 장막은 더욱 두껍게 존재함을 실감했다. 이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는 승리했는지 모르지만 아랍-모슬림 세계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음을 반증한다. 미국과 이들 세계와의 문화적 정치적 심리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느낌이다.

미국도 책임이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정책을 아랍어로 홍보하지 않았다. 빈 라덴에 대한 테러 증거물을 아랍어로 완역해 소상히 알리는 작업에도 게을리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음을 첨언해 둔다. 거의 매일 팔레스타인과 유혈극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관영언론에 오르고 주민들은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상당수 아랍인들과 모슬림들은 자신들의 경제 정치 체제에 대해 신뢰감을 잃어가고 있다. 빈 라덴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것으로 봐야 한다.


빈 라덴이 아랍세계에서 지지를 받는 것은 수퍼 파워 미국에 굴하지 않고 아랍 지도자들에게도 할 말을 다하는 용기를 보였다는 점이 인정된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빈 라덴이 무사히 빠져나가길 마음 속으로 바라고 있다. 나는 우리가 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방법을 알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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