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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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범죄 엄단하라

2002-01-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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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엔론 사태는 점점 더 감독의 실패가 아니라 범죄 케이스인 것처럼 보인다. 연방의회는 감독 소홀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여야 한다.

엔론 간부와 아더 앤더슨 사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는 결국 배심원들이 결정할 것이다. 의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직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엔론 본사가 있는 휴스턴을 관할 구역으로 하고 있는 텍사스 남부 연방 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을 보자. 2000년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162명의 피고 중 실형을 언도 받은 것은 115명에 불과하다. 23명은 집행유예, 나머지는 벌금 등이 병과 됐을 뿐이다. 그 중에는 가택 연금도 있다. 집에만 있게 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불편할 지는 몰라도 범죄 예방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실형을 언도 받은 사람 중 53명은 1년 미만형을 받았으며 평균 형량도 18.2 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가석방 등으로 일찍 풀려나는 케이스와 이들이 최소 경비 교도소에 수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이것으로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방 형량 지침에 따르면 수백만 달러의 재산 피해를 내고 수많은 사람들에 영향을 미친 범죄는 좀도둑보다 더 큰 벌을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엔론 같은 케이스는 무거운 벌이 내려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피라미 피고와는 달리 엔론은 고액 변호사를 무더기로 동원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벌금은 많이 내더라도 감옥에 가는 것은 피하려 할 것이다. 선빔에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예를 보면 중역들은 체크를 써 감옥 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오로라 푸드의 한 간부가 사기죄로 57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범죄가 기업 경비를 4,300만 달러 덜 보고한 것임을 감안하면 그다지 무겁다고도 할 수 없다. 자동차 한 대 훔쳐도 그 정도 형은 받는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형량을 높이는 것과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정비례한다. 90년대 텍사스의 강간률은 26%, 빈 집 털이는 48% 줄어들었는데 이는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다. 이 보고서는 그 중요한 이유로 감옥에 가는 사람 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수감기간이 길어진 점을 들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범죄자 색출이 늘고 형량이 길어지면서 범죄는 줄기 시작했다. 2000년도 강력 범죄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기업 범죄 예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부들로 하여금 그 죄 값을 비싸게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제임스 프리먼/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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