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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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2001-12-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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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법

▶ 김성환 변호사

1995년 3월 중순 샌프란시스코 인근 한 소도시 아파트에서 문틈으로 격정의 기도소리와 젊은 여자의 고통스런 신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파트에서는 안수 받은 지 몇년 되지 않는 박은경 목사(여·당시 30세)와 박 목사가 개척한 교회의 교인 몇 사람이 한 젊은 여성을 놓고 기도하고 있었다. 단순한 기도가 아니라 기도와 함께 신음하는 여인에게 뭇매를 가했다. 대상은 하경아(당시 25세)씨였다. 하씨가 마귀에 들렸다고 믿는 가족중 한 사람이 하씨를 박 목사에게 보내 이뤄진 이 귀신 쫓는 의식은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이 의식 도중 그만 불행하게도 하씨가 숨지고 만 것이었다. 박 목사와 교인들은 며칠 동안 시신을 놓고 하씨의 영혼이 돌아오기를 기원했지만 허사로 그쳤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박 목사 등 관련자는 본인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 목사는 과실치사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런데 83년 도미한 박 목사는 미국에서 신학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아직 시민권자가 아니었다.

어느 여성 목회자의 추방
그래서 박 목사는 실형을 후 추방재판에 회부됐다. 박 목사 재판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아 이민판사가 주재한 추방재판에서 소송서류의 부실로 패소했다.


박 목사는 이 케이스를 들고 이민항소법원(BIA)에 재심을 청구하는 한편, 자신의 구금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연방 지방법원에 인신구속의 적부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했다. 박 목사는 마지막으로 제9 연방항소법원에 상소했다. 제9 항소법원은 올해 초 박 목사 케이스는 폭력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한 가중적 중범죄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케이스는 과실치사(Involuntary Manslaughter)로 추방이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는가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제9 연방항소법원은 과실치사는 비록 범죄의사를 요하지 않는 범죄라고 하지만, 가중중범죄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박 목사는 사건이 일어난 95년, 그리고 형이 최종 확정된 96년 당시에는 개정이민법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형 3년을 선고받았지만 96년 이전 법을 기준으로 본다면 추방 가능한 가중중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96년 법에 따르면 이 경우에 5년 이상 실형을 살지 않으면 추방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제9 항소법원은 실형 1년 이상의 폭력성이 있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추방할 수 있다는 96년의 개정이민법은 이 법 시행 전에 일어난 케이스까지 소급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민항소법원은 매서추세츠주의 과실치사 그리고 애리조나주의 과실치사 케이스에 대해서는 과실치사가 가중적 중범죄가 아니라고 엇갈린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민법 212(c) 적용 가능성
최근 나온 대법원 판례는 개정 이민법으로 폐기된 212(c)는 박 목사처럼 개정 이민법이 시행되기 전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는 계속 적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박 목사도 조건만 된다면 이민법 212(c)의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 212(c)란 설사 가중중범 케이스라고 하더라도, 지난 7년 이상 영주권을 갖고 있었고, 미국에서 가족이 살고 있고, 5년 미만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이민판사의 재량으로 추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박 목사는 형이 선고되기 전 7년 동안 영주권을 갖고 있었고, 미국에 식구가 살고 있었다면 212(c)를 통해 구제 받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렇지만 박 목사는 미국에 입국할 당시 학생비자를 갖고 있었고, 오랫동안 학생으로 지냈던 것으로 미루어 영주권을 7년 이상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에 가족 연고가 없었다면 212(c)를 통한 구제는 어려웠다고 하겠다.

추방으로 막을 내린 박 목사 케이스와 달리 한인 송 민씨 케이스는 추방을 빗겨간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8세 되던 81년에 도미한 송씨는 92년 절도혐의로 1년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했다. 그 일이 빌미가 되어 추방재판을 받게 된 송씨는 주법원에 돌아가 형량을 1년에서 하루 모자란 360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이민판사는 추방결정이 내려졌지만, 행정재판의 상고심인 이민항소법원에서 추방결정을 뒤집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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