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쌀을 씻을 필요가 없습니다

2001-06-3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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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매너이야기

▶ 전유경

우리는 옛날부터 밥을 지을 때 쌀을 반드시 씻어서 지었습니다. 쌀에 섞여있는 돌을 골라내고 쌀에 묻어있는 먼지를 씻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벼를 수확해서 탈곡하고 정미할 때까지 내내 땅바닥에서 작업을 했고, 정미된 쌀을 포장할 때도 가마니나 포대에 했기 때문에 쌀에 돌이 섞이고 먼지가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벼의 수확을 기계로 하며, 베고 난 벼를 땅에 내려놓지 않고 콘베이어로 이동식 탈곡기에 넣어 그 자리에서 아예 탈곡해버립니다. 벼이삭이나 알이 땅에 닿을 기회가 없습니다. 일단 탈곡된 벼가 정미소에 도착하면 철저한 선별과 청결작업을 거쳐서 정미에 들어갑니다. 쌀에 먼지나 돌이 섞일 기회가 없습니다.

껍질을 완전히 벗긴 벼 알을 ‘백미’(White Rice 또는 Polished Rice)라고 합니다. 이 백미를 포장할 때는 Fancy 라는 표시를 하는데 Fancy는 White Rice와 같은 말입니다. 쌀의 포장에는 보통 ‘U.S. #1 Extra Fancy’라고 표기하는데 별다른 뜻이 아니고 ‘미국서 생산한 좋은 쌀’이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미국에서는 일단 정미를 하면 쌀에 칼슘이라든가, 철분, 비타민을 섞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첨가물을 보강한 쌀을 Enriched Rice라고 합니다. 미국의 곡창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쌀의 보강을 법으로 의무화했습니다. 지금은 의무는 아니지만 많은 정미소에서 여전히 보강하여 상품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서 생산되는 쌀은 이렇게 영양분이 첨가된 보강미거나 철저한 청결작업을 거친 쌀이기 때문에 밥을 지을 때 씻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식품포장지 세겹으로 된 깨끗한 쌀 포대만 보아도 짐작이 가지만 미국 쌀은 씻지 않는 것을 전제로 포장한 식품입니다. 미국산 쌀 포장에는 대부분 ‘씻을 필요 없음’(Washing not necessary)라든가 ‘비타민 보존을 위해 조리 전후에 씻지 마시요’(To retain vitamins, do not rinse before or drain after cook)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이러한 표시 없이 단지 ‘Enriched Rice’라고만 쓰여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말이나 일본말로 표기된 상표의 쌀을 주로 사서 쓰지만 이 쌀들도 상표만 한국말, 일본말이지 모두 미국산 쌀입니다. ‘U.S. #1 Extra Fancy’라는 상표가 붙어있으니 만큼 안심하고 씻지 않고 밥을 지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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