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날에 듣는 ‘감동 스토리’
▶ 81세 시어머니와 49세 며느리, 22년 함께 살아와 8년전 남편타계 ‘동병’ 달래며 의지
"먼저 간 남편과 아들을 서로 그리워하면서 함께 의지하고 살아갑니다"
박길순(49)씨와 박덕배(81)씨 사이에는 이른바 ‘고부갈등’이 없다.
8년전 폐암으로 앞서 간 남편 박진용(54)씨가 살아있다면 결혼 22주년. 박길순씨는 그 오랜 세월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왔다. 그러나 "한번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박씨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두 아들을 데리고 생계를 이어가야 했을때 그야말로 앞이 막막했지만 시어머니를 의지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놓는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6, 7학년때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손자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지금처럼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든 공을 시어머니께 돌리는 며느리를 박덕배씨는 ‘만점 짜리 며느리’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죽은 아들이 네 살때 황해도에서 피난을 내려와 인천에 정착했던 박덕배씨. 자신도 남편을 일찍 보내고 4남매를 혼자 힘으로 키워온 터라 며느리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를 거듭하며 먼저 떠난 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는 박덕배씨는 막내아들과 두 딸이 모두 미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그래도 큰며느리와 사는 게 제일 편하다고 한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워낙 한국서 성당 친구였습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 ‘우리 집엔 며느리는 잘 들어왔는데 색시는 잘못 얻었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시어머니를 친정어머니처럼 편하게 느낍니다"
집 뒤뜰 텃밭에 찬거리로 열무와 배추, 오이 농사도 짓고 주일에 성라파엘 성당에 나가 미사 드리는 걸 즐거움으로 삼는 시어머니가 박길순씨에겐 그 누구보다 소중하다.